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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군입대 전에 그저 열심히 잘 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군입대 전에 할 수 있는 것 다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
키움 조상우(27)에게 올해는 더할나위 없이 중요한 한 해다. 소속팀에서 승리를 완성하는 마무리투수로 나서는 것은 물론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의 승리도 지켜야 했다. 여러모로 임무가 막중했고 그만큼 부담도 컸다.
그럼에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특히 올림픽에서 불펜 에이스 구실을 했다.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멀티이닝을 소화하며 투혼을 발휘했다. 노메달의 그친 대표팀이지만 조상우가 아니었다면 결과는 더 참담했을 가능성이 높다.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누구보다 허무하게 귀국한 조상우지만 투혼은 멈추지 않는다. 후반기 9회 등판하는 마무리투수가 아닌, 언제든 가장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 오르는 전천후 투수로 나서고 있다.
올림픽이나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이러한 투수 기용이 빈번하다. 하지만 매일 경기에 임하는 페넌트레이스에서는 투수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조상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의 등판 시기가 9회로 맞춰 있었다. 이에 맞춰 루틴을 이어갔는데 후반기부터는 경기 상황에 따라 등판을 준비해야 한다. 보통 상대 중심타선에 맞춰 마운드에 오르며 필요할 때는 다음 이닝까지 투구를 이어간다.
지난 19일 잠실 LG전이 그랬다. 조상우는 7회말 3번 타자부터 시작하는 LG 공격에 맞춰 등판했다. LG 클린업을 삼자범퇴로 압도했고 8회말에도 등판해 총 아웃카운트 5개를 잡은 뒤 등판을 마쳤다. 후반기 마무리투수로 나서고 있는 김태훈이 조상우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아 9회말까지 아웃카운트 4개를 올리며 승리를 완성했다. 그리고 20일 잠실 LG전에서는 연투에 임했다. 7회말 마운드에 올랐고 이번에도 실점하지 않으며 1이닝을 소화해 승리를 향한 다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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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올림픽 메달이 사라졌고 군입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입대 전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강조한 조상우다. 조상우는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두고 “세이브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팀이 이기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과거에도 지금과 비슷한 역할을 해봤다. 이닝 종료 후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던지고 나서 벤치에 앉지 않고 서서 계속 몸을 움직인다. 이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자신의 노하우도 설명했다.
실제로 조상우는 2019시즌 후반기부터 마무리투수 보직을 오주원에게 내주고 경기 중후반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막는 임무를 수행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몇몇 구단이 시도하는 마무리투수보다 강한 중간투수 구실을 해낸 바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 키스 로는 저서 ‘스마트 베이스볼’을 통해 마무리투수의 역할이 과장됐다고 바라봤다. 가장 강한 중간투수가 9회에 등판하는 것보다 강한 타선에 맞춰 나가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13년부터 키움은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8년 중 2017년을 제외한 7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가을의 전설로 꼽히는 명승부를 수차례 연출했다. 올해도 키움이 바라보는 지점은 동일하다. 조상우를 포함한 키움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정상 등극을 응시하고 있다.
조상우는 “솔직히 순위표와 내 개인 기록 모두 안 보려고 한다. 보면 더 신경이 쓰이고 안 될 수 있다. 그냥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한다”며 “경기 하면서 입영통지서를 기다리고 있다. 입영통지서가 나오면 (군대에) 갈 계획이다. 그래서 더 군입대 전에 열심히 잘 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군입대 전에 할 수 있는 것 다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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