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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대구=최민우 기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다.”
공교롭게도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가 2016년 문을 연 뒤, 삼성은 하락세를 걸었다. 필연적인 결과였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가을야구 단골 손님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의 은퇴와 이적으로 삼성은 왕조 후유증을 겪었다. 가을이 되면 만원 구름 관중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 찰 것 같았던 라팍 관중석에는 켜켜이 먼지만 쌓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6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진출을 확정 지었다. 20일 현재 삼성은 73승 57패 8무로 2위에 올랐다. 4위 두산과 승차(6.0)를 고려하면 최소 3위는 확보한 셈이다.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동안 설움을 딛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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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팍에서 첫 가을 잔치
왕조 시절 삼성은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을 사용했다. 팀 성적은 으뜸이지만, 경기장 시설은 열악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낡고 불편한 시민구장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다. 2006년 시설물 안전 진단에서는 붕괴 우려 단계인 ‘E등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신축 구장 건립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임시방편으로 철제 빔을 덧대고 해마다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삼성은 경기장만 좋으면 완벽하다”는 한숨 섞인 토로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르다. 2015년 개장한 라팍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한다. 선수들도 편안한 라커룸, 다양한 체육 시설을 갖춘 트레이닝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관중들 역시 테이블석, 파티플로어석, 잔디석, 샌드존 등 다양한 환경에서 경기를 직관할 수 있다. 일반석도 널찍한 무릎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화장실 갈 때 같은 줄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는 불편함도 없다.
신축 구장을 가졌지만, 문제는 성적이었다. 지난 5년 간 삼성은 가을야구 티켓을 번번이 놓쳤다. 2016·2017년 9위, 2018년 6위, 2019·2020년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PS 진출은 물론, 우승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왕조시절 막내였던 김상수는 더 감회가 남다르다. 이제 어엿한 선참이 된 그는 “왕조 시절 때 있었던 선수는 많이 떠났다. 시즌 막판이라 피곤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가을 야구라는 목표가 있다. 다들 힘든 내색 없이 열심히 하고 있다. 라팍에서 첫가을 야구인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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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진리다. 탄탄한 선발진 구축은 우승의 필수조건이다. 지금까지 우승을 차지한 팀 대부분이 그랬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한 NC, 올해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KT도 그렇다. 삼성 역시 왕조 때는 투수 왕국으로 불렸다. 배영수, 차우찬, 장원삼, 윤성환 등 역대급 선발진을 보유했다. 그뿐만 아니라 불펜까지 강했던 삼성이다. ‘지키는 야구’의 정수를 보여준 정현욱, 안지만, 권혁, 권오준, 오승환 등이 뒤를 받쳤다.
과거 명성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삼성은 마운드 재건을 이뤘다. 데이비드 뷰캐넌이 2년 연속 15승을 달성했고, 원태인과 백정현까지 나란히 13승을 거두며 원투쓰리펀치를 구축했다. 뒷문 역시 튼튼해졌다. 그 중심에는 ‘돌부처’ 오승환이 있다. 그는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호투를 이어간다. 벌써 40세이브 고지를 밟아 부문 1위 자리를 예약했다.
허삼영 감독은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선발진이 꾸준히 이닝을 소화해 줬기 때문이다. 또 구원진들도 밑바탕이 돼줬다. 특히 오승환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나오는 선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투수진들의 활약에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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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부족한 포지션을 FA 영입으로 메웠다. 특히 포수 강민호와 오재일의 합류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강민호는 2017시즌이 끝나고 삼성에 합류했다. 어린 투수들 성장을 이끌어 낸 공신이다.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를 만든다’는 말처럼, 삼성 투수들은 성장 곡선을 그렸다.
특히 강민호와 매일 아침 사우나 회동을 갖는 원태인은 “민호 형한테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올시즌 부침을 겪을 때 부담이 컸다. 그때 민호 형이 ‘이제 3년 차다. 부담 내려놓고 편하게 해라’, ‘이제 맞을 때 됐다’는 등 조언을 해줬다. 최대한 내가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고증언했다. 허 감독 역시 “투수들과 호흡이 좋다. 신뢰도 두텁다. 수치상 드러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오재일 영입으로 삼성은 1루수 고민 해결은 물론, 강한 중심 타선을 구축하게 됐다. 지난해까지 허 감독은 고정 라인업을 꾸리지 못했다. 130여차례 타순을 조정했다. 그중 중심 타자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오재일이 합류로 모든 걸 해결했다. 조금씩 변동이 있지만, 박해민~구자욱~오재일~호세 피렐라~강민호로 이어지는 기본 틀은 갖췄다. 오재일 역시 23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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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가을 야구를 치르게 됐지만 삼성은 아직 배가 고프다. KT와 승차가 1.5경기 차로 좁혀지면서, 1위도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KT와 잔여 경기도 두 차례 남아 있다. 때문에 선수단은 물론 코칭스태프도 기쁨을 감춘 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허 감독은 “PS는 확정됐지만, 그거에 만족하지 않는다. 갈 길이 멀다”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매 경기가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크게 동요되지 않는다”며 집중력을 유지한 채 시즌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예고했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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