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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코치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하는 이현곤이 10일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마산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코치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는 NC 이현곤(34)이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이현곤은 10일 마산구장에서 삼성전을 앞두고 13년에 걸친 선수생활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원없이 선수생활을 했다”고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지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참았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동안 아버지에게 한번도 제대로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직업으로 가졌고 즐겁게 했고 후회없이 했다”며 “아버지께서 많은 희생을 하셨다. 어릴 때 아버지가 순천에서 신문기자 생활을 했는데, 야구 때문에 내가 광주로 가면서 떨어져 살았다. 아버지는 기러기 생활을 했고 어머니가 왔다갔다 하셨다”라며 울컥했다. 한 명의 야구선수를 키우기 위해 남몰래 흘리는 부모의 눈물은 많다. 이현곤은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부모를 기억했고, 그동안의 미안한 마음이 눈물이 되어 흘러나왔다.

12년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사나이의 눈물은 격정적이지 않았지만, 무겁고 진했다. 그러나 눈물의 인터뷰 이전의 분위기는 무척 밝았다.

이현곤은 “타격왕을 하고, 우승을 경험했고 태극마크도 달아봤다. 몸과 체력을 생각하면 생각했던거 보다 오래 야구를 했다”고 활짝 웃었다. 잘 알려진대로 그는 만성간염에 갑상선 저하증, 족저근막염까지 달고서 프로생활을 했다. 한때 병마와 싸워 이긴 선수의 대명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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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마친 손시헌(왼쪽)이 인터뷰하던 이현곤의 손을 맞잡으며 마음을 전하고 있다.  마산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2년전 NC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즐거운 기억이 많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은 그런 그를 마지막까지 배려했다. 전날(9일) 삼성전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이현곤의 프로통산 1000번째 경기였다. 그는 끝까지 대타로 교체되지 않고 팀이 거둔 연장승리의 기쁨을 함께 했다. 김 감독은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선수”라고 밝했다.

사실 이날 기록한 그의 타격은 신통치 않았다. 2회말 첫 타석은 유격수 땅볼, 5회 두 번째 타석은 유격수 뜬 공, 8회 세번째 타석에서도 3루수 앞 땅볼로 출루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연장승부에서도 그를 교체하지 않았고, 이현곤은 10회말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선수생활의 마지막 타석을 마쳤다.

그래서일까. 이현곤은 1000번째 경기를 마치고 나서 “감독님에겐 정말 감사했다. 팀에서 볼때 민폐일 수도 있는데. 배려해 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올시즌엔 플레잉코치로 있었는데도 1년 내내 많은 애정을 받았다. 선수생활의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나서는 솔직히 담담할줄 알았는데 마음이 찡 했다. 경기 끝나고 스파이크 끈을 푸는데, 감정이란게 이런거구나 느꼈다”라고 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현곤은 경험이 많고 후배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훌륭한 코치가 될 것이다”라고 그의 2번째 야구인생을 축하했다.

이현곤의 은퇴식은 1000번째 출전 시상과 함께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 때 열릴 예정이다.
마산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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