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키움 김창현 대행, 감독으로 첫 경기!
키움 히어로즈 김창현 감독 대행이 8일 고척 NC전에서 선수들을 박수로 독려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데이터가 그렇게 정확하다면 정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수 년전 KBO리그에 강한 바람을 몰고온 세이버메트릭스(통계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야구)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만들어낸 결과 값을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양질의 데이터가 많으면 선수 기용이나 경기 운영에 참고할 폭이 넓어지기는 한다”면서도 “살아있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라 야구 역시 살아 움직인다. 이를 결과값을 정리해 놓은 숫자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이터가 그렇게 세부적이고 정확하다면 볼배합의 정답도 나와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볼카운트 2-2에서 상대 투수가 던질 구종과 코스를 정확히 예측할 정도가 돼야 경기 중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김 감독이 데이터를 배척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줍잖은 숫자 놀음으로 야구를 평가하는 프런트 인식을 비판한 발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코치로 활약한 한 야구인은 “퀄리티컨트롤(Quality Control)코치는 선수들이 간과할 수 있는 숫자를 현장 용어로 바꿔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타격, 투수코치 등 파트별 코치들이 선수의 기술 향상에 도움을 준다면, QC는 숫자로 드러난 상대 투수의 스타일 등을 타자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가령 ‘A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몸쪽 컷 패스트볼을 던지는 확률이 50%이기 때문에 중간 타이밍으로 몸쪽 길목을 차단해두라’는 식으로 팁을 준다.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야구는 확률 게임이니 어프로치 방식을 미리 설정하면 유리하다는 게 QC를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3할타자는 어차피 10번 중 7번은 실패하기 마련이라, 확률만 놓고보면 시도해볼 만한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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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하비에르 바에즈가 지난 3일(한국시간) 마이애미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자신의 파울타구에 맞아 쓰러지고 있다. 시카고(미 일리노이주) | AFP연합뉴스

문제는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경기 운영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전력분석을 하지만 개인대 개인의 힘 싸움으로 전개되는 게 일반적이다. 힘이 있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느냐는 문화도 KBO리그와 차이가 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이 150㎞도 안되는 구속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하는 것은 KBO리그의 독특함 덕분이다. 야전 사령관으로 불리는 포수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KBO리그는 숫자보다 당일 컨디션에 집중한다. 몸쪽이 강하다, 변화구에 약하다 정도의 성향만 파악한 뒤 스윙 궤도나 스탠스 등을 보고 그때 그때 볼배합에 변화를 주는 식이다. 체인지업에 강점을 가진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일부러 던져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건 숫자로 해석할 수 없는 일이다.

데이터 야구를 신봉하는 구단들은 “보스턴이나 시카고 컵스가 데이터를 활용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내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해당 구단이 우승을 위해 선수 구성을 어떤식으로 하고, 얼마의 시간을 투자했는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데이터 속에 드러난 결과값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덕분’으로 칭송한다. 떠들썩하게 ‘데이터 야구’를 표방한 KBO리그 팀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우승 한을 푼 팀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이버매트릭스 야구의 선구자격인 오클랜드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숫자가 아닌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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