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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기대 이상이라는 건 좋게 말하는 거죠.”
최근 두산의 선발 마운드에는 젊은 피가 수혈됐다. 베테랑 이용찬에 이어 외인 크리스 플렉센이 이탈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크게 흔들렸지만, 6선발 최원준(26)에 이어 이적생 이승진(25)까지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잡아내 합격점을 받았다. 최원준은 6일, 12일 삼성전에서 모두 5이닝 이상 책임지며 승리를 챙겼고, 이승진은 지난 15일 KT전에서 5이닝 4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이적 이래 최고 성적을 거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승장 인터뷰 때마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이들의 깜짝 활약을 칭찬하곤 했다.
그러나 당근은 여기까지다. 18일 롯데전을 앞둔 사직구장, ‘새 얼굴들의 호투가 기대 이상’이라는 취재진의 말에 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젊고 경험이 적으니 잘했다곤 하지만, 그건 말이 좋은 것”이라는 목소리엔 날이 서 있었다. “프로야구 한 팀에 투수가 수십 명이다. 그중 1군 선발 4~5명 안에 들어가는 건데 그 정도는 던져야 한다. 제 밥그릇은 제가 챙겨야 한다. 아마추어도 아닌데 젊은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 던졌다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잘 던져야 하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이지만, 올 시즌은 반강제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주전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는 통에 100% 전력으로 치른 경기가 거의 없었다. 긍정 회로를 돌려보면 이로 인해 백업 선수들과 신인들에게 1군 쇼케이스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특히 마운드에 출혈이 컸던 와중에 박종기, 최세창, 채지선 등 신예들의 잠재력을 확인한 건 나름의 수확이었다.
그러나 반짝 활약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시즌이 반환점을 막 돈 시점, 본격 불볕더위가 시작되는 가운데 2연전 일정에 돌입해 더블헤더까 재개된다. 올해 두산이 시즌을 무사히 완주하기 위해선 이들이 1군 전력으로 자리 잡아야만 한다. 김 감독은 “우리야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 ‘잘 던졌다’고 말해주지만, 투수 본인은 부족한 부분을 보고 더 노력해야 한다. 젊은 선수라면 자고로 제 공으로 톱클래스까지 올라가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기’를 품은 최후의 생존자는 누가 될까. 사령탑은 채찍을 빼 들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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