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숙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하재숙(40)이 최근 종영한 KBS2 월화극 ‘퍼퓸’을 통해 24kg를 감량해 화제를 모은 가운데,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했다.

극 중 하재숙은 한때 모델을 꿈꿨지만 남편 김태준(조한철 분)의 외도 속에서 점점 삶이 절망에 빠지고 현실에 안주하게 된 주부 민재희 역을 맡았다.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 우연히 기적의 향수를 만나 20대의 자신인 민예린(고원희 분)으로 변신, 모델의 꿈을 이루고 첫사랑인 서이도(신성록 분)와도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그는 꿈이 모델인 민재희 역을 위해 24kg를 감량하기도 하고 108kg 거구 비주얼로 변신을 위해 매 촬영마다 4시간 이상 특수 분장을 하는 고행을 감내하기도 했다. “마지막 촬영 때 살이 빠진 모습을 보시고 감독님께서 처음 미팅했던 그 사람이 아닌거 같다고 하시더라. 그 말이 기분이 좋았다. 살을 빼고 안빼고의 여부를 떠나 저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다르게 봐주신다는게 기뻤다.”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를 통해 데뷔해 하재숙은 2009년 방영된 KBS2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외모 악플’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예전에 ‘솔약국집 아들들’ 출연 당시 악플 쓰나미를 먹었다. 거의 외모에 대한 욕들이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나더라. 그런데 지금은 웃고 저도 같이 욕도 한다. 사실 이번 작품에선 너무 좋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웃으면서 봤다. 정말 하나도 안 빼놓고 다 봤다”는 하재숙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친구나 언니들이 재희 덕분에 힘이 난다고 해주시는게 제일 좋았다. 저도 배우라는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재희처럼 상처받는 일이 없진 않았다. 그래서 재희를 통해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재숙은 역할의 한계를 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인터뷰를 통해 하재숙은 다이어트를 통해 다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지금부터 30kg를 빼라고 하면 할 자신 있다. 살이 쪄야 하는 역할이라면 일주일만 주시면 바로 몸을 만들 수도 있다”고 의지를 전하며 “제 이미지 때문에 배역이 한정된 거 같아 속상하긴 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서 연기 스펙트럼을 더 넓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흔히 여배우들에게 향하는 외모 평가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털어놨다. 지난 24일 하재숙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살이 쪘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의 모든 노력을 부정 당하는 현실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는 장문의 글을 게재,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하며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재숙은 “뚱뚱한 거를 미화한다는 말을 들으면 답답하다. 전 제 이런 모습을 아름답게 봐달라고 한 적이 없다. 단지 외모 때문에 저의 다른 노력들이 묻히는게 속상할 뿐이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자기관리를 못한다는 지적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저도 연기자가 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 시간이 있는데 (뚱뚱한 모습 자체가) 자기관리의 전부라 얘기하시면 속상하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겉모습에 가려서 게으른 사람처럼 치부하는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재희를 통해 꼭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데뷔 13년 차인 하재숙은 ‘퍼퓸’을 통해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사실 ‘주연’이란 마음으로 작품을 시작하진 않았다. 제가 갖고 있는 다른 모습을 봐주시고 배역을 제안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워낙 외모라는게 화두이기도 하고 자칫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그게 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고민을 참 많이 했다. 나중에는 정도 많이 들고 재희랑 이도를 너무 좋아해서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차에 타서 내내 울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하재숙에게 ‘퍼퓸’이란 작품을 선택하는게 쉬운 선택만은 아니었다. 방영 초반, 민재희란 캐릭터가 과거 그가 출연했던 SBS ‘미녀의 탄생’ 사금란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녀의 탄생’은 100㎏에 육박했던 사금란이 전신성형을 하고 팔등신 미녀 사라(한예슬 분)가 돼 남편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그는 “저도 대본을 보자마자 처음 그 부분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그냥 감독님과의 대화가 좋았고 믿음을 주셨던 거 같다. 제 이미지가 소비되어지진 않을까 그런 고민할 일 없게, 재희란 인물에 충분히 공감이 갈 수 있게 만들겠단 약속을 해주시고 믿음을 주셨다”며 “무엇보다 이도와 로맨스가 있다길래 덥석 잡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하재숙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특정한 작품이 아닌 ‘결혼’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2016년 동갑내기 일반인 남성과 백년가약을 맺은 하재숙. “남편에게 매일 ‘살아있는 서이도’라고 말한다”라고 남다른 사랑꾼 면모를 뽐낸 그는 “결혼하고 30kg가 쪘다. 맨날 예쁘다 해줘서 진짠줄 알았다.(웃음) 살이 찐 것에 대해서 단 한 번도 타박 안 해주고 다 받아주는 사람이다”라고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또 “아직도 둘이 놀면 마냥 재미있다. 산책하는걸 좋아해서 계곡도 많이 가고, 남편을 만나고 제 삶이 다양해졌다”는 하재숙은 “제가 변덕도 심한 성격인데 하나님이 큰 선물 주신거 같다. 저한테 엄청난 힘을 주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서 묻자 “시리즈물, 장르물을 통해 사이코패스나 악역을 해보고 싶다. 저를 보고 ‘예쁘다’ ‘귀엽다’는 칭찬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배우로선 마냥 행복하진 않더라. 저한테도 그늘이 있고 무서운 면도 있는데 왜 그렇게만 볼까 속상한 날들도 있다”며 “또 피아노 치고 춤추는 것도 좋아해서 음악 드라마도 해보고 싶다. 공부하고 고민하고 제게 스트레스 주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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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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