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처|민음사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0)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일본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자유민주당 출신 아베 신조가 총리를 연임한 지 햇수로 8년. 역사에서 계속 뒷걸음질만 치고 있는 일본의 답답한 현실을 향한 개탄의 목소리였다.

하루키는 22일자 도쿄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최근작 ‘기사단장 죽이기’의 주인공 ‘기사단장’이 ‘과거로부터의 메신저’라는 설명을 하며 “우리들은 역사라는 것을 배경으로 살고 있는데, 이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반드시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역사는 자신들이 짊어져야 하는 집합적인 기억”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패한 직후인 1949년 태어난 그는 “국가의 논리에 따라 커다란 전쟁이 벌어져 사람들이 서로를 죽였던 생생한 기억이 공기에 남아있던 시대에 태어났다”면서 “전쟁은 지금도 상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우리들이 굳건한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실은 연약한 진흙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하루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은 제국주의 침략의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며 우경화를 우려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난징(南京)대학살 당시 일본의 만행을 인정하는 내용을 넣었고, 지난 2월 프랑스에서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자기 나라에 좋은 역사만을 젊은 세대에 전하려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동안 내가 소설에서 다뤄왔던 어둠의 세계가 지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든가 인터넷 속으로부터 현실 세계로 숨어 나오고 있다”며 “마음 속 어둠의 세계에 숨어있는 폭력성을 일상에서 느끼고 있다. 과거로부터 그런 것이 살아나오는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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