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그림자 반전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영화를 위해 취재를 하다가 범죄에 가담한 영화제작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 총책 강모(44·영화사 대표)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박모(33)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중국 조직원을 취재하다가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유령법인·사업자 33개를 개설, 대포폰 860여개를 개통하고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하며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국내 개봉한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대표로, 2012년부터 직접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중국 보이스피싱 7개 조직의 조직원들을 만나 취재해왔다. 영화에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조직을 역추적해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강씨가 2016년 한 조직원으로부터 “콜센터에서 사용할 전화기를 개통해 중국으로 보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으면서 영화제작 자금을 모으기 위해 범행을 시작, 경찰조사에서 “시나리오 취재를 하다보니 이게 돈이 되겠다 싶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강씨 일당은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2∼3주 주기로 대포폰을 바꿔 사용했고, 전화기를 소무역상들에게 보낼 때는 퀵서비스를 이용했다. 퀵서비스 또한 제3의 지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최초 발송지를 숨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한 전화번호로 국내에서 135명이 10억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올해 초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중 특정 번호가 유령법인 명의로 개설된 사실에 착안, 범행의 패턴을 발견해 강씨 일당을 일망타진하게 됐다.

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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