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2017 KBO 신인 드래프트, 10구단의 깊은 고민의 순간...
‘2017 KBO 신인 드래프트’가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진행된 가운데, 프로야구 각 구단의 담장자들이 신인 선수들의 정보를 살피며 고심하고 있다. 2016.08.22.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10구단 전체가 신인 드래프트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당부서인 스카우트팀 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를 지휘하는 단장까지 총력을 기울이며 입단 후보선수들을 분석한다. 이정후, 강백호 등 2년 연속 특급 신예들의 등장으로 대중의 관심도 또한 부쩍 높아졌다. 베이징키즈의 등장을 기회삼아 KBO리그는 물론 한국야구 전체가 자생력 강화와 진정한 산업화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드래프트는 스카우트팀의 전담업무였다. 수년 동안 지켜본 고교 유망주들을 최종평가하고 구단 상황에 맞춰 영입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현장의견 반영은 드래프트가 임박한 시점에 단장과 1군 감독이 스카우트 팀장과 함께 잠시 영상을 돌려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프리에이전트(FA) 몸값 상승과 넓고 깊어진 고교 유망주풀로 인해 드래프트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선수 출신 단장들이 다수가 되면서 단장이 직접 고교와 대학야구 경기를 찾아가 선수들을 점검한다. 7월 중순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대회에선 프로구단 단장들이 단장회의를 하듯 집결했고 8월 해외파 트라이아웃 때도 각 팀 관계자들이 총동원돼 드래프트 전략을 세웠다.

물론 올시즌엔 드래프트 대상이 특별하다는 점도 한 몫했다. 2015 프리미어12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대은과 고교시절까지만 해도 동기인 안치홍, 오지환, 허경민, 김상수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학주 등이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강백호가 2018 드래프트의 주인공이었다면 10일 열리는 2019 드래프트에선 이대은이 1순위로 KT 지명을 받을 것이 확정적이다.

고교선수들의 기량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초등학생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이는 리틀야구단부터 중고교야구까지 아마추어 선수들의 증가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대형 FA 계약 또한 운동신경과 신체조건이 뛰어난 초등학생들이 야구장으로 몰리는 원인이 됐다.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은 “예전 고교무대에선 140㎞ 중반대를 기록하는 투수가 많지 않았다. 150㎞를 던지는 투수는 일 년에 한 두 명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1~2학년 때부터 140㎞를 던지는 투수가 많다. 아마추어 자원의 증가가 재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입을 맞춘 듯 말한다.

이른바 화수분 야구로 불리는 두산의 정상질주도 드래프트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두산은 확고한 드래프트 철학과 육성정책으로 매시즌 최강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중심선수가 타팀과 FA 계약을 맺고 떠나도 귀신처럼 새 얼굴이 나타나 공백을 메운다. 모든 팀이 두산을 우러러보고 벤치마킹하면서 드래프트 시점부터 두산보다 나은 선택을 해야한다는 게 9개 구단의 숙제가 됐다. 겨울마다 FA에 수십, 수백억원을 투자해 적자규모를 키울 것이 아니라 드래프트와 육성으로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을 다지기를 바란다.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가 될 수 없음을 인지하고 방향을 선회한 오클랜드처럼 KBO리그 구단들도 겨울마다 FA를 영입하지 않고도 가을야구 티켓을 따내기를 원하는 것이다. 흑자전환과 산업화, 그리고 자생력 강화까지 야구가 진정한 비즈니스로 향하는 기로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릴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1차 지명 행사를 크게 열고 생중계한 것처럼 고교 유망주들을 꾸준히 노출시켜야 한다. 왜 메이저리그(ML)가 시즌 중 막심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리틀야구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펜실베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정규시즌 중립경기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5월과 7월에 열리는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결승전도 KBO리그 일정에 맞춰 함께 연다면 고교야구에 대한 주목도도 올라갈 수 있다. 잠실구장이나 고척돔에서 KBO리그 낮경기를 치르고 고교야구 결승전을 야간경기로 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별을 지켜볼 것이다. 아마와 프로가 공존하면서 산업규모를 키워야 야구의 비즈니스도 이뤄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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