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가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제도는 외부 전문가를 경영에 참여시켜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는 취지로 지난 1998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의 사외이사는 이러한 감시 및 견제 기능에 충실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그룹의 사외이사들이 최근 5년동안 이사회 안건에 대해 99.7%의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GS·한진그룹 등 3곳은 찬성율이 100%였다. 끊임없이 제기됐던 ‘거수기 사외이사’ 논란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LG·GS·한진그룹 사외이사 찬성율 100%
CEO스코어는 2009∼2013년 5년간 10대 그룹 92개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총 1872명의 사외이사들이 3만7635표의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중 찬성표는 99.7%인 3만7538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00%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도 1792명으로 전체의 95.7%에 달했다. 반대표는 5년을 통틀어 38표에 불과했다.
LG·GS·한진그룹은 사외이사 평균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 불참을 제외한 반대와 기권표가 하나도 없었다. LG는 239명의 사외이사가 4527건의 안건에 대해 100% 찬성했다. GS와 한진 역시 140명과 97명의 사외이사들이 각각 1866건, 1677건의 안건에서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한화·롯데그룹도 찬성표가 99.9%에 이르렀다. 삼성은 355명의 사외이사 중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없었지만 기타로 분류된 의결권이 6건이었다. 롯데는 171명의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 5173건 중 6건의 반대표를 던졌다. 한화는 138명의 사외이사가 3845건의 안건에 대해 반대 1표, 기권 2표를 행사했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217명의 사외이사가 4465건 중 반대 5표, 기타 7표로 99.7%의 찬성율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는 64명으로 안건 845건 중 기권과 기타가 각각 2표씩으로 찬성율이 99.5%였다. 포스코는 113명의 사외이사가 반대 11표, 기권 1표, 기타 4표 등 찬성이 아닌 16건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10대 그룹 찬성율 99% “마네킹 거수기 입증”
SK는 찬성율이 99.2%로 10대 그룹 중 가장 낮았다. 338명의 사외이사가 6346건의 안건 중 6298표의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15개였고 기권과 기타가 35개였다.
하지만 10대그룹 전부 99%대의 찬성율을 보여 찬성율 순위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그동안 사외이사제도가 ‘찬성 거수기’, ‘마네킹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입증됐다”며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사외이사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그룹은 이사회 개최전 사외이사들과 안건에 대해 조정 및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찬성률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사회 개최전 안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조정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한 안건들은 이사회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0대그룹의 이사회는 총 4626차례 열렸고,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평균 출석률은 93.2%로 조사됐다.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의 출석률이 96.9%로 가장 높았고 이어 포스코(94.7%), 현대차(94.2%), SK(94%), 롯데(93.9%) 순이었다. 한진은 84.9%로 출석률 ‘꼴찌’를 기록했다.
김자영기자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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