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개그맨 김종국. 제공 | 김종국

개그맨으로 30년을 살아온 김종국은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80년대 MBC와 KBS의 코미디언 공채 시험에 총 3차례(MBC 2차례) 합격을 했고, SBS 개국과 동시에 SBS 원년 개그맨 멤버로도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국 개그맨이 모두 그의 직속 선후배라는 의미다. 그런 그가 뽑은 최고의 개그맨은 누구일까.

MBC 개그맨 선배인 최양락을 선뜻 꼽았다. “최양락 선배는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를 펼쳐요. 함께 코미디 몇 편을 해봤는데 아이디어가 무척 뛰어나요. 남을 공격(?)하지 않고 웃긴다는 점에서 저와 비슷한 유형이에요”라며 “최 선배는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 불의를 못 참는 약간의 외골수 기질이 있죠. 아마 최 선배가 세상과 타협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스타가 됐을 걸요. 최 선배와 코미디를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개그맨 이경규도 있다. “최양락 선배와 반대 캐릭터죠.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어요. 최 선배와 비슷한 점은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는 것. 정말 두뇌 회전이 기가 막혀요.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최고의 코미디언이죠”라고 했다.

후배 중에는 신동엽을 꼽았다. “진행도 잘하지만 무엇보다 연기를 잘해요. 끼도 많고요. 선배가 혼내면 보통 고개를 숙이기 마련인데 신동엽은 옆에 딱 붙어서 넉살 좋게 ‘제가 잘할게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라고 애교를 떠는, 정말 미워할 수 없는 후배이죠. 게다가 신동엽이 나를 인정해줘요. 하하. 몇년 전 아버지 칠순 잔치에 사회자로 나를 초대했는데 ‘선배가 이런 행사 사회는 최고잖아요’하더라고요.”

후배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한참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겸손하게, 진실하게 연기하라. 지금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언젠가는, 누군가는 너를 알아본다. 옆에서 실력도 없는데 운이 좋아 쉽게 인기를 얻는 동료를 부러워하지 마라. 그런 이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자기가 노력하지 않고 얻은 것은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니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