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대령 인턴기자] 고(故) 김주혁이 하늘의 별이 됐다.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 역시 우리 기억 속에서 빛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구탱이형' 김주혁은 지난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명배우 故 김무생의 아들이었던 그는 "오히려 배우의 길을 선택하는 데 아버지의 영향은 없었다. 불현듯 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며 데뷔 전을 회상했다.


SBS '흐린 날에 쓴 편지'로 데뷔한 그는 '카이스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고, SBS와 계약이 만료된 후엔 MBC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물론 영화 '세이예스' 'YMCA야구단' 등에도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SBS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프라하의 연인'은 시청률 30%를 넘기는 등 '파리의 연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며 김주혁을 톱배우 반열에 올려놨다.


이후 영화 활동에 주력한 김주혁은 '광식이 동생 광태'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등에 출연해 충무로에서의 입지 역시 탄탄히 다졌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그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사극으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2012년 '무신'에 이어 이듬해 '구암 허준'에서 열연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모두 점령한 김주혁은 2013년 KBS2 '해피선데이 - 1박 2일' 고정 출연을 확정하며 예능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일각에서는 점잖고 과묵해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예능인 김주혁은 그야말로 '예능 신동'이었다. 그는 완벽해 보이는 외모에 어딘가 허술한 듯한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과시하며 '구탱이형'이라는 별명까지 얻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2015년 11월 배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과감하게 예능계를 떠났고 올해에도 영화 '공조'와 드라마 '아르곤'에서 20년차 연기 내공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27일 열린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 영화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데뷔 20년 만에 영화로 처음 상을 받는다는 그는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주신 상 같다"며 애틋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는 배우 김주혁이 남긴 마지막 모습이 됐다.


[당시 기사 본문 요약]


[연극 '개가 된 남자, 보이첵' 주연 김주혁.


'개가 된 남자, 보이첵'은 독일의 천재적인 희곡작가인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인 '보이첵'을 춤동작 위주의 연극으로 재구성한 것. 보이첵을 맡은 이는 연기 초년생인 김주혁으로 K1TV 드라마 '용의 눈물'의 태조 이성계로 안방극장을 호령했던 김무생의 2남 중 차남이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주혁의 상업 무대에서의 첫 번째 작품.


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김주혁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연극영화과에 입학, 연기공부를 했고 이제 연기자로서 첫발을 디디게 됐다. 연기 장점은 섬세함. 취미는 '사람관찰'. 언젠가는 거지를 관찰하려 일부러 서울역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부랑자들에게 술을 사주고 친구가 되기도 했다.


"연극은 흡사 마약 같아요. 할 때는 힘들어서 다신 안 하겠다고 하면서 쉬지만 1주일 뒤에는 또 할 것 없나 하고 기웃거리게 되지요. 남의 몸을 빌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거나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을 수 있는 무대 위에서가 가장 행복해요"


취미는 그림 그리기와 영화감상. 매일 비디오 한 편이라도 안 보면 잠을 못 잘 정도며 '시네마 천국'은 50번도 더 보았다고. '빠삐용'의 더스틴 호프만이나 '미션'의 제레미 아이언스를 제일 좋아한다. ]


연극 무대에 서던 1998년의 김주혁.


드라마 배우로서 길을 걷기 시작한 김주혁.


2002년. 김주혁은 본격적으로 영화계로도 발을 넓혔다.


연기 초년생으로 불리던 그는 어느덧 16년 차 베테랑 배우가 됐다.


"영화로 처음 상을 받는다"

마지막 공식 석상이 된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 그가 남긴 말이다.


지난 2일 발인식 엄수 당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 사진은 보는 이들에게 슬픔과 그리움을 더했다. 이 사진은 지난해 10월 촬영한 화보 중 일부다.


그는 이 화보를 촬영하면서 "한 사람의 삶이 연기와 스타일에 고스란히 묻어난다"며 "'멋진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배우로서나, 인간적으로나 진솔했던 김주혁. 그의 바람대로 그는 멋진 삶을 살았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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