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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안영학(39)이 과거 몸담았던 부산 구단을 방문해 팬들과 만난다. 지난 2006년 부산에 입단하면서 K리그와 인연을 맺었던 그가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찾아 부산항으로 돌아온다. 올 시즌 ‘레전드 데이’를 준비해 구단을 거쳐간 과거의 영웅들을 소환했던 부산은 안영학의 방문을 ‘홈커밍 데이’처럼 마련할 작정이다. 남·북관계에 더해 중국, 일본과 관계도 미묘한 때라 남·북·일의 연결고리를 가진 안영학의 부산 방문이 축구 외적인 측면에서도 주목받게 됐다.
K리그 챌린지 부산은 오는 3일 오후 7시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28라운드 대전과 홈경기에 안영학을 초청했다. 그동안 김주성, 안정환, 故 정용환 등 과거 부산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축구 스타들을 초청하며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마케팅의 연장선이다. 구단은 그의 활약상을 기억하는 축구팬들이 많고 구단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만큼 초청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어렵사리 연락을 취해 부산 구단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확인하면서 성사됐다. 지난 2013년 4월 이후 4년 4개월여만의 한국 방문이다.
안영학은 지난 2006년 부산에 입단해 2007년까지 부산에서 두 시즌을 뛰며 리그 59경기(7골 2도움)를 소화했다. 이후 2008년과 2009년에는 수원 삼성으로 적을 옮겨 활약하면서 K리그에서 4시즌을 보냈다. 부산에서 뛰던 시절에는 2년 연속 K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실력과 인기를 인정받았다. 올 초 은퇴를 결정한 뒤 현재는 일본에서 지도자로서의 인생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안영학이 부산에 와서 과거 함께 뛰었던 이장관 용인대 감독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전했다. U-15 유스팀인 낙동중의 오철석 코치와도 함께 뛰었던 터라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당시 함께 뛰었던 다른 선수들도 섭외 중”이라고 밝혔다. 최만희 부산 대표이사와는 수원 삼성시절 코치와 선수로 만났던 인연이 있다.
안영학의 부산 방문은 축구 외적인 면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게 됐다. 북한이 지난 2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하는 등 무력도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남·북은 물론이고 주변국들의 관계도 첨예해진 때다. 재일동포이자 조선적을 지닌 안영학은 국내 프로축구에서 활동하며 남·북·일과 관계를 맺고 있는 터라 조심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안영학은 “모처럼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는데 K리그도 다시 보고 옛 동료도 만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며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앞으로도 축구를 통해 남과 북, 일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가 오랜시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한 것도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그가 K리그에서 떠난 2008년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던 해였고, 마지막으로 한국에 왔던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던 때였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남·북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사건이 많았던 시기였다.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치를 목표하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도 연관될 수 있다. 정 회장은 남·북의 화합 및 동북아 평화를 월드컵 유치의 중요한 당위성으로 삼아 남·북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이 공동유치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집행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정 회장이 북측에 남·북 축구교류를 제안하는 등 축구를 통한 남·북의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북한 대표 출신으로 월드컵에도 나섰던 안영학이 양 측의 관계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안영학을 통해 일본 J리그 팀들과 교류도 기대하고 있다. 먼 얘기가 되겠지만 북한과 축구 교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만남이 앞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의 출발이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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