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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대한민국 ‘더위’의 자존심이 살아있는 지역이다. 스스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 부르며 더위를 자랑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에 달걀 프라이와 녹아내린 러바콘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대구=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국민안전처-폭염주의보, 낮 동안 야외활동 자제 및 물놀이 안전 등에 유의하세요’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전국은 가마솥더위다.

전국적으로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 가마솥더위를 뛰어넘는 압력솥 더위로 악명(?) 높은 곳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대프리카다. ‘대프리카’는 무더위로 악명 높은 대구를 지칭하는 말로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성한 신조어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얼마 전 무더운 달구벌 ‘대프리카’에서 세계적인 치킨과 맥주의 축제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렸다. 강렬한 태양의 열기와 뜨거운 축제의 열기가 더해진 대프리카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그 뜨거운(?) 현장을 직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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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의 관문 동대구역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오후 3시40분 동대구역에 도착해 달구벌 도심으로 들어섰다.

온도계의 수은주가 36도를 가리킨다. 뜨거운 태양과 달궈질 대로 달궈진 달구벌의 도심을 걷노라니 마치 거대한 전기구이 오븐 속 통닭이 돼버린 느낌이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살갗을 찌르고 뜨거운 열기는 폐를 관통한다. 명실상부한 대프리카의 위엄을 온몸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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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달걀프라이 조형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대구시 중구 계산동 현대백화점 광장에는 거대한 달걀프라이와 녹아내린 러버콘(고깔 모양의 교통안전시설물) 조형물로 무더운 대구 날씨를 익살스럽게 표현해 놓았다. 백화점 건물 벽엔 거대한 달걀프라이가 흘러내릴 듯이 붙어있고 바닥에 눌러 붙은 달걀과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 라바콘 조형물이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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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강한’ 커플이 달걀프라이 조형물에 앉아 기념 사진을 찍고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걀프라이 노른자위를 의자 삼아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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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콘에 엎드려 일명 시체놀이를 하고 있는 여대생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장난기 많은 여대생은 녹아내린 라바콘 위에 아예 엎드려 시체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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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을 가르는 신천은 서울의 한강격이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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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천물놀이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대구 도심속 무료 워터피아 ‘신천물놀이장’

더위를 즐기기만하는 것이 아니다. 더위를 피하는 곳도 많다. 대구 도심을 가르는 신천은 서울의 한강 격으로 여름이 되면 신천 둔치에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물놀이장을 개장한다. 신천물놀이장은 유아에서 성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풀과 슬라이드를 갖추고 있다. 또한 그늘막과 탈의실, 화장실, 매점 뿐만 아니라 수유실도 갖추고 있어 웬만한 워터파크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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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물놀이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물놀이장은 평일이라 그런지 이용객은 많지 않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대부분이다. 유아용 풀에는 물 만난 고기처럼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늘막 아래에선 부모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혹여 사고라도 날까 유아용 풀을 주시하고 있다. 그늘막 주변에는 모기나 벌레를 쫓는 허브 식물인 ‘구문초’를 곳곳에 매달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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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길 입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대구의 대표 추억 감성길 ‘김광석 길’

각 지역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골목길 투어가 빠질 수 없다. 오랜 세월, 켜켜히 쌓인 추억과 흔적이 고스라니 묻어나는 골목 투어야 말로 진정한 감성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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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길에는 김광석 초상을 비롯한 각종 조형물들이 가득하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대구의 대표 감성길로 대구를 찾는 여행객의 필수 코스다. 방천시장 옆 350m 골목으로 1964년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에서 태어난 가수 김광석을 기념해 2010년에 조성했다. 골목 입구에는 기타치고 노래하는 김광석 조형물이 먼저 반기고 골목안으로 들어서면 주름진 눈가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그의 초상이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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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길 중앙에는 거리공연이 이어지고 담벼락 위에는 쿨링포그가 하얀 물안개를 뿜어내고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골목길 위에서는 하얀 안개가 피어오른다. 알고 보니 열기를 식혀줄 목적으로 설치된 ‘쿨링포그(Cooling Fog)’다. 가습기처럼 인공안개를 뿜어내 주위 온도를 3~5도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실제 체감은 하지 못했다. 대구의 가마솥더위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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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모양의 의자 조형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골목길은 김광석 초상과 기타 모양의 의자를 비롯해 다양한 조형물이 가득했다. 거리 공연이 펼쳐지는 골목 중앙에는 김광석의 히트곡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와 골목을 찾은 사람들이 아련한 추억에 젖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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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포장마차 벽화는 김광석 길 대표 사진명소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골목 끄트머리에 가면 김광석 포장마차가 나온다. 실은 김광석이 포장마차 주인인 양 그려진 벽화다. 다들 벽화 앞 기다란 의자에 앉아 김광석이 건넨 뚝배기를 넙죽 받는 자세로 기념사진을 찍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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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명물 4대 치킨 중 하나인 ‘뉴욕통닭’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치킨의 성지는 대구, 치킨집 이름은 글로벌?

대구는 치킨의 성지다.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수많은 유명 치킨 체인점이 대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치킨의 성지 대구에서 최고 치킨맛집으로 꼽히는 뉴욕통닭은 40년 가까이 한결같은 맛으로 대구시민은 물론 외지인들에게도 인기다. 하루 딱 80마리 한정판매와 높은 인기로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좀처럼 맛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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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통닭의 양념 치킨과 프라이드 치킨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튀김옷은 바삭하며 달콤해 마치 강정을 씹는 듯 고소하다. 프라이드 치킨은 옛날 통닭 맛 그대로다. 당장 내일부터 내부수리에 들어간단다. 하마터면 치킨 구경도 못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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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축제장은 흥겨운 공연을 즐기려는 관람객들로 넘쳐났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대구의 역발상, 무더위를 기회로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

치킨의 본고장 대구는 2013년 처음으로 치맥축제를 시작해 올해로 5번째를 맞았다. 해가 갈수록 인기를 더한 치맥축제는 전국적인 축제를 넘어 올해는 100만명 이상이 참여해 글로벌 축제로 거듭났다.

지난달 19일 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을 알리는 화려한 폭죽이 달구벌 밤하늘을 수놓았다.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 첫날에만 무려 20만 명의 인파가 몰려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또한 이번 축제에 동원된 치킨이 무려 43만 마리에 맥주가 30만ℓ다. 500㏄잔으로 치면 무려 60만 개다. 이는 제주도민 전체가 한 잔씩 마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개막식장인 두류공원으로 가는 길은 벌써 사람들로 넘쳐났다. 공원 주변은 빼곡이 들어선 차들로 빈틈이 없다. 행사장 주변에는 치맥 부스만 180개 이상이 차려져 각종 이벤트와 무료 시음회로 분주하다. 주행사장인 두류야구장 ‘치맥 프리미엄존’에는 개막 2시간 전부터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드넓은 개막식장엔 메인무대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행사장 중앙엔 맥주잔과 닭의 형상을 재미있게 응용한 거대한 조형탑을 설치해 축제의 흥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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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자 모양의 건물은 비즈니스 라운지로 기업의 상담과 접대 등 기업활동을 위한 장소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개막식장 오른편엔 거대한 유리상자로 보이는 건물이 시선을 끈다.

기업의 바이어 상담과 접대 등 기업 활동을 위한 장소인 ‘비즈니스 라운지’다. 이곳은 사전예약으로 이미 매진이다. 162㎡(약 49평)면적에 2층 규모로 건물 전체를 강화 유리로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야구장의 VIP룸인 스카이박스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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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엔 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개막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행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쳐난다. 행사장에 마련된 식음테이블 2200석은 이미 만석이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방문객들은 여기저기 서성이다 결국 맨바닥에 자리하고 앉아 치맥을 즐긴다. 그래도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축제장에는 홍콩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외국인 방문객이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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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라이브 펍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자 행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에서 중년의 커플, 신혼부부, 남녀 대학생,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까지 다양한 연령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곳을 처음 찾았다는 젊은 신혼부부는 “드넓은 광장에 펼쳐진 식음 테이블과 수많은 인파가 마치 외국의 축제장에 온 듯한 느낌”이라며 “비록 날씨는 덥지만 멋진 공연과 함께 맛있는 치킨과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무더위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킨 대구의 ‘역발상’은 익살스런 조형물과 치맥축제를 탄생시켰고 거대한 습식사우나 같은 대구 도심을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치명적 약점을 인기 콘텐트로 바꿔 외지 관광객을 몰고 온 관광정책의 금자탑으로 평가받고 있다.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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