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기업 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CJ·SK·이랜드 그룹 등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일과 가정의 양립 방안을 위해 퇴근 후 업무 지시 금지, 육아 휴직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 기업 문화 혁신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를 높이고, 효율적인 근무 문화 정착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협조하기 위한 것으로 ‘새 정부 눈치보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랜드 박성수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이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제공 | 이랜드그룹

◇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 배우자 출산 유급 휴가 ↑

이랜드그룹은 퇴근 후 업무지시를 없애고 배우자 출산 유급 휴가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랜드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조직 문화 7대 혁신안’을 5일 발표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달부터 퇴근 이후 전화나 메신저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 배우자 출산 휴가를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에서 유급 2주로 연장했다. 지난해 그룹 비상 경영으로 잠시 중단된 2주 휴식제도도 부활한다. 이번 여름휴가부터 연중 언제든지 2주를 붙여 쉼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룹 직속으로 자체 근로 감독센터를 신설해 일과 가정 양립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CJ그룹]2.이동하는 이재현회장
이재현 회장이 4년만에 경영에 복귀한 CJ그룹 역시 일·가정 양립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 회장이 지난달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한 모습.  제공 |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4년만에 경영에 복귀한 CJ그룹 역시 일·가정 양립방안을 내놨다. CJ그룹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남녀 관계없이 2주간은 유급으로 지원하고 희망자는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해 최대 한 달 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다. 또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보아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눈치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시행되고 퇴근 이후와 주말 문자 등으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캠페인도 벌인다. 또, 이랜드그룹과 마찬가지로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배우자 출산 휴가를 2주 유급으로 늘렸다.

사진1 최태원 회장. 신입사원대화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일·가정 양립’ 관련 혁신안을 발표했다. 제공 | SK그룹

SK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이달부터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 휴직 제도’를 도입한다. 직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 할 때 직원의 성별에 상관없이 최장 90일 무급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임신한 여성은 의무적으로 임신 전 기간 동안 하루 6시간만 근무하도록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1월부터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남성 임직원이 1개월 이상의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남성 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했다.

CJ 그룹 계열사였던 넷마블컴퍼니(넷마블게임즈 및 계열사 전체)도 일상화된 야근과 주말 근무로 ‘구로의 등대’라는 오명을 얻었던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문제 제기가 되자 올해 2월부터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내놓고 강도 높게 시행을 하고 있다. 개선안에는 야근 및 주말 근무 금지, 탄력근무제도 도입, 퇴근 후 메신저 업무 지시 금지, 종합병원 건강검진 전 직원 확대시행 등이 담겼다.

◇직장 만족도 높이고, 분위기 전환…새 정부 눈치보기 시각도

이 같은 움직임은 직장 만족도를 높이고, 효율적인 근무 문화 정착으로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경영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직원이 육아휴직을 많이 쓸수록 회사 경영에도 보탬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일·가정 양립제도의 노동시장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이용률이 10% 증가할수록 직원 일인당 이윤은 3.2%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그룹들은 기업 문화 재정비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기업 혁신안을 발표한 그룹들은 총수 공백, 경영난, 임금 체불 문제, 직원들의 돌연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대표적으로 이랜드그룹은 최근 알짜사업인 ‘모던하우스’, ‘티니위니’를 매각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앞서, 이랜드그룹 외식 계열사 이랜드파크는 총 310억원에 달하는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 사태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과정을 함께 해 준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을 위해 조직문화 혁신안을 발표했다”며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최고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CJ그룹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구속기소 된 후 지난달 경영에 복귀했으며, SK그룹 최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 4월 무혐의 처분 받았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잇따라 관련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육아 휴직 급여 인상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을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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