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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올라갈 팀은 때가 되니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때가 되니 내려간다. 자연의 섭리처럼 정확하고도 무서운 ‘UTU DTD’의 법칙이다.
야구팬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는 ‘UTU(Up team up) DTD(Down team down)’는 2005년 현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시절 김재박 경기운영위원이 남긴 말이다. 당시 현대는 2003년과 200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강팀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가게 돼있다. 5월쯤에는 순위가 갈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UTU를 학수고대했던 김 감독은 결국 7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김 감독이 남긴 말은 이후 시즌 판도를 분석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야구계 최고의 은어로 정착했다.
어느덧 5월. 전체 시즌의 1/4 가량을 소화한 시점이 되니 어김없이 ‘UTU, DTD’가 현실화되고 있다.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던 두산과 넥센이 서서히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반면 뜨거웠던 kt와 롯데의 돌풍은 잦아들고 있다.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두산은 올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됐다. 강력한 선발진에 불펜 전력까지 보강돼 마운드가 한층 안정됐고 장타력과 기동력이 조화를 이룬 타선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빈 틈을 메웠다. 그러나 팀의 주축 선수들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차출된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외국인투수 원투펀치의 위력도 예전같지 않았다. 더스틴 니퍼트는 기복을 보였고 마이클 보우덴은 어깨 통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전천후 활약을 펼치던 신예 김명신은 타구에 얼굴을 맞아 중상을 입었고 마무리 이현승까지 흔들렸다. 박건우, 허경민 등이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리면서 타선의 짜임새도 헐거워졌다.
한없이 내리막을 걷는 듯했던 두산은 지난주 드디어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났다. 지난 주 치른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고 단 5점만 내주고 37점을 쓸어담아 완벽한 공수 조화를 자랑했다. 니퍼트, 장원준, 유희관 등 선발진이 연거푸 호투로 승리에 발판을 놓았고 민병헌(19타수 10안타), 박건우(18타수 9안타), 양의지(16타수 9안타)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승률 5할을 넘어서면서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두산은 16일부터 2위 NC, 1위 KIA, 3위 LG와 차례로 맞붙는다. 상위권 팀들과의 맞대결이라 결과에 따라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설 수 있다.
넥센은 외국인선수들의 집단 부진으로 더딘 스타트를 했다. 막강한 타선의 힘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했지만 마운드가 뒷받침되지 않으니 좀처럼 치고나갈 수가 없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외국인선수들을 전력에서 제외시키고 한현희와 조상우를 조기에 복귀시켜 선발 마운드의 안정을 꾀했다. 불안한 뒷문을 단속하기 위해 마무리 김세현 대신 홀드왕 이보근을 임시 마무리로 활용하며 ‘플랜B’를 가동했다. 4월말 8~9위를 오가던 넥센은 5월 중순 4~5위로 뛰어올라 중위권 순위다툼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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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강력한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깜짝 선두를 내달리던 kt는 타선의 뒷받침이 이어지지 않은 가운데 8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며 뒷걸음질 치더니 한때 9위까지 내려앉았다. 선두 KIA와 3위 NC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작성하며 분위기를 수습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외국인투수 라이언 피어밴드는 기대 이상 호투해주고 있지만 에이스 구실을 해줘야 할 돈 로치는 최근 4연패에 빠졌다. 그나마 사이드암 고영표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다시 선발진에 가세한 주권이 KIA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롯데는 갈수록 투타의 엇박자가 고민스럽다. 타선이 펑펑 터지는 날엔 투수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모처럼 투수들이 호투하면 타선이 침묵했다. 복귀후 4할을 훌쩍 뛰어넘는 맹타를 휘둘렀던 이대호도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느라 해결사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에 스윕을 당하며 9위까지 내려앉았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라갈 팀과 내려올 팀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5월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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