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쇼핑몰 CEO답게 패션 센스가 돋보였다. 짙은 감색 정장에 하늘색 와이셔츠를 차려입고 작은 물방울 무늬 넥타이로 포인트를 준 옷차림이 눈길을 끈다. 제공 | 아이스타일24

 

의류쇼핑몰 CEO답게 패션 센스가 돋보였다. 짙은 감색 정장에 하늘색 와이셔츠를 차려입고 작은 물방울 무늬 넥타이로 포인트를 준 옷차림이 단정했다. 군더더기 없는 몸매로 슈트를 훌륭하게 소화한 그에게 “멋쟁이”라고 추켜세우자 손사래치며 겸손해했다. 나이로 보면 통상 ‘중년’이라고 불리는 50대지만 아이돌그룹 ‘엑소’를 자연스럽게 얘기할 만큼 최신 트렌드에도 밝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를 운영하는 한세예스24홀딩스가 알짜배기로 키우고 있는 온라인 의류쇼핑몰 ‘아이스타일24’(iSTYLE24)의 김기호 대표(53)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스타일24’는 방문자수로 따질 때 ‘하프클럽’에 이어 2위 업체. 후발주자인 ‘아이스타일24’를 몇 년 내 1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기호 대표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에서 만났다.

LG화학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기호 대표는 GS강남방송 대표이사 전무를 거쳐 GS홈쇼핑 자문역까지 주요 패션·뷰티 요직을 두루 맡았다. 제공 | 아이스타일24

 

◇드봉부터 GS샵까지 성공사례 쓴 ‘신의 손’
LG화학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GS강남방송 대표이사 전무를 거쳐 GS홈쇼핑 자문역까지 주요 패션·뷰티 요직을 두루 맡았다. LG화학의 첫 화장품 사업인 LG생활건강의 초창기 멤버로 ‘드봉’부터 ‘이자녹스’까지 내로라하는 대표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2000년에는 GS홈쇼핑(당시 LG홈쇼핑)의 신규사업 GS샵(LGe샵)을 맡아 3년 만에 월매출 2000만원에서 30억원 규모의 업계 1위로 키웠냈다.
‘신의 손’으로 불릴만큼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뼈아픈 실책이 있다. GS홈쇼핑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사업인 e스토어가 그것. “마케팅 비용만 70억원을 들이며 공을 들였지만 2년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2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당시 쓰라렸던 실패는 더 큰 도약을 위한 보약이 됐다. 김 대표는 “선착효과가 큰 인터넷 마켓플레이스에 대기업이라는 후광효과와 자본금만 믿고 후발주자로 뛰어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온라인 의류쇼핑몰 시장의 후발주자인 ‘아이스타일24’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남짓 뛰며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했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총알배송’ 제도와 ‘직매입’ 운영방식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김 대표는 “코데즈컴바인, 자라 등 유명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물류센터에서 깨끗하게 재포장해서 당일 배송하는 것이 우리의 차별화 된 전략이자 경쟁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아이스타일24’는 모기업인 한세예스24홀딩스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제품 사입에 나서는 등 상품군 확대 및 상품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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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대표는 5060세대의 패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에게 옷 판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제공 | 아이스타일 24

 

◇“나에게 옷 판다는 생각으로 5060세대 공략할 것”
김 대표는 고객과의 스킨십을 강조한다. 고객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패션 뷰티 칼럼을 연재하고, 시즈널한 이슈에 맞춘 설문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론칭 7주년을 맞아 고객들을 클럽에 초청해 연 ‘마녀파티’는 호평을 얻었다.
‘스킨십 경영 철학’은 주 고객인 2030세대를 넘어 신(新)중년으로 불리는 5060세대를 아우를 계획이다. 최근 주 관심사 역시 5060세대의 심리상태를 분석해 소비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는 신중년 세대가 시장의 큰 소비주체로 떠오른 반면에 이들을 위한 온라인 패션 시장이 체계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그는 최근 세련된 이미지 중심으로 구성된 SNS 핀터레스트 등을 꾸준히 방문하면서 506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테마를 찾고 있다. “5060세대는 ‘날 위해 써야 하는 세대’다. 나도 50대지만 옷을 대충 입기는 싫다. 물론 입었을 때 젊은 친구들처럼 폼은 안나지만 마음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옷 입기에 따라 얼마든지 젊어질 수 있다”며 “나에게 옷을 판다는 생각으로 신중년 세대의 패션 욕구를 충족시킬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내년쯤에는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후발주자인만큼 더 노력해서 업계 1위로 만들고 싶어”
김 대표가 이끄는 ‘아이스타일24’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태생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신뢰 회복을 위해 힘을 쏟기로 한 것. 앞서 ‘아이스타일24’는 구매후기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에대해 “인터넷 쇼핑몰의 신뢰를 해치는 행동이나 잘못된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협력업체들도 허위로 구매후기를 올릴 수 없도록 시스템을 보완했다. 실제로 사용한 고객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자정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스24’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나눠줄 계획이다. 내년 1월 초에는 ‘예스24’와 ‘아이스타일24’의 호환성을 높여 홈페이지를 이동하지 않더라도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또, 현재 책, 공연, 음반 등의 구입만 가능한 적립금으로 옷까지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큰 아들과 딸이 ‘아이스타일24’에서 주로 옷을 구매한다. 가격은 온라인 아웃렛 수준이지만 품질은 최고라고 자신한다”며 “후발주자인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서 ‘아이스타일24’를 반드시 업계 1위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자영기자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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