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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정욱기자]흔히 좋은 타자, 정확한 타자의 잣대로 ‘3할 타자’를 제시한다. 한 감독은 “타율 0.299는 그냥 2할대 타자일 뿐이다. 한 끗 차이지만 3할의 벽을 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타율 3할’의 의미와 어려움을 강조했다. ‘3할’은 좋은 타자를 가르는 기준이며, 이를 통해 타격기록을 산정하기도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매년 발간하는 기록집(RECORD BOOK)에도 ‘연도별 3할 타자’ ‘3할-30홈런-30도루’ 등이 올라있다. 타자들에게 ‘타율 3할’의 잣대가 있다면, 투수들에게는 ‘10승 투수’가 그 같은 구실을 한다. 역시 KBO기록집에 ‘연도별 10승 이상 투수’ ‘10승 미만 구단 최다승 투수’ ‘연도별 10승 선점 선수’ ‘연속시즌 두자릿수 승리’ ‘통산 최다 시즌 10승 이상 투수’ 등의 기록들이 집계돼 있다. 10승 투수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두 자릿수 승수를 한 차례도 달성하지 못한채 은퇴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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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KBO리그는 19일 현재 꼭 10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했다. 이 명단을 들여다보면 팀 성적과 각 팀의 마운드 사정을 읽을 수 있다.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이 극명하게 갈리고, 여기에 팀 순위의 부침도 투영된다. 10승 투수는 다승 1위인 두산 유희관(15승)을 비롯해 NC 에릭 해커(14승) 삼성 윤성환과 알프레도 피가로, 넥센 앤디 밴헤켄, KIA 양현종(이상 12승) SK 김광현, 두산 장원준(이상 11승) 삼성 타일러 클로이드, KIA 조쉬 스틴슨(이상 10승) 등 10명이다. 삼성이 3명, 두산과 KIA가 두 명의 10승 투수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안정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려가는 삼성은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윤성환 피가로 클로이드에 이어 장원삼 차우찬(이상 8승)도 10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두산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유희관 장원준 등 두 명의 10승 좌완투수를 갖게 된 것이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부상 등 외국인선수들의 부진 속에서도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KIA도 ‘5위 싸움’의 힘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양현종 스틴슨의 원-투 펀치는 지난해 보다 큰 전력 보강이 없는 가운데서도 배영수 권혁 송은범 등 프리에이전트(FA)투수 3명을 보강한 한화, 애초 우승 후보로 꼽혔던 SK와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한 밑거름이다.
한화 롯데 LG kt 등 네 팀은 10승 투수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화가 에이스 없이 마운드를 운영하면서 불펜에 과부하를 안게 된 상황이나 ‘특급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거액을 들여 영입한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롯데 LG kt는 가을잔치의 꿈을 잃었거나 멀어진 상황에서 하위권을 헤매고 있는 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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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스틴슨은 18일 광주 SK전에서 7이닝 2실점하며 ‘4전5기’ 끝에 마침내 10승(8패) 고지에 올랐다. 이날 KIA는 한화와 자리를 맞바꿔 5위로 올라섰다. 그는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달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5.1이닝 1실점(비자책)하며 9승을 따낸 이후 네 차례 등판에서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1패만을 떠안았다. 지난달 26일 광주 롯데전에서는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3이닝 7실점하는 최악의 투구를 펼쳐 좀체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10승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10승을 앞에 두고 겪은 ‘아홉수’의 결정판은 롯데 조쉬 린드블럼의 경우다. 린드블럼은 9승 7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6월 26일 사직 넥센전에서 7이닝 무실점하며 9승을 챙긴 뒤 두 달 가까이 무려 8경기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그 사이 2패만 더했다. 투구 내용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한 차례만 빼고 6이닝 이상 던졌고, 그 가운데 최근 5연속경기를 비롯해 6차례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불운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홉수’다. 그는 ‘8전9기’의 10승 도전에 나서야한다.
10승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하고 9승에 발목 잡혀있는 투수는 넥센 라이언 피어밴드와 한현희, NC 손민한 등이다. 선발요원 피어밴드는 곧 10승 고지에 도달하겠지만, 불펜으로 보직 이동한 한현희와 손민한의 10승 달성 시기는 예측할 수 없다. 한현희는 지난달 16일 삼성전부터 불펜으로 복귀한 이후 10경기에서 1승(4홀드)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손민한도 지난달 29일 삼성전부터 불펜으로 돌아서 6경기에서 1승만을 보탰다. 10승 고지가 코 앞인데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다.
jwp9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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