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LG 선발투수 우규민, 시련의 5회말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한화와 LG의 경기에서 LG 선발투수 우규민이 5회말 한화 정근우에게 역전 2루타를 허용한 뒤 모자를 고쳐쓰며 아쉬워하고 있다. 2015. 6. 13. 대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LG의 7월 첫 경기는 ‘첫 타자 징크스’에 휘말려 쓰라린 패배로 끝났다.

경기 초반의 기세로 보면 4개의 실책을 연발한 두산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이었다. 그런데 곧 숨이 넘어갈 듯했던 두산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것은 아이러컬하게도 LG 마운드였다. 물론 찬스를 잡고도 매 이닝 1점씩만 찔끔거리는 타선이 답답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선취점을 뽑아냈고 리드를 이어갔다. 문제는 타선이 어렵게 점수를 쥐어짜내는 반면 마운드에서는 너무나 쉽게 추격의 빌미를 내줬고 역전까지 허용했다는 것이다.

매 이닝 첫 타자와 상대한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회말에는 외국인타자 데이빈슨 로메로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곧바로 오재원에게 우전안타, 양의지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해 추격의 발판을 만들어줬다. 4회에는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내줘 실점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5회에는 정진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현수와 로메로에게 연속안타를 두들겨 맞아 역전을 허용했다. 6회에도 허경민의 중전안타가 3실점의 도화선이 됐다.

LG 투수들의 ‘첫 타자 징크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LG는 1일 두산전까지 올 시즌 이닝 첫 타석에서 모두 191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두 번째로 많은 안타를 내준 팀은 넥센과 롯데로 164개의 안타를 맞았다. 가장 적은 안타를 내준 팀은 148개의 두산이다. LG와 넥센, 롯데의 차이는 27개지만 넥센, 롯데와 두산의 차이는 16개다. 결국 LG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팀은 큰 편차가 없지만 유난히 LG가 매 이닝 선두타자를 상대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볼 수 있다. LG의 이닝 선두타자 피타율은 0.316에 달한다. 매 이닝 3할대의 선두타자를 상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상대가 득점을 올리기 쉬운 환경이다. 이닝 선두타자 피타율이 3할을 넘긴 팀은 LG 뿐이다.

이닝의 첫 타자 뿐만이 아니다. 바뀐 투수들도 ‘첫 타자’의 벽을 제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1일 두산전에서도 5회에 선발 우규민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임정우가 첫 상대인 로메로에게 좌전 결승타를 허용했다. 6회 좌타자 김현수를 잡기 위해 마운드에 올린 윤지웅도 좌중간 2루타를 두들겨 맞아 추가점을 내줬다. 윤지웅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승현도 마운드에 올라가자마자 로메로에게 중전안타로 쐐기점을 내줬다. 그렇다고 불펜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첫 타자에게 호되게 당한 뒤에는 또 그런대로 버티며 임무를 완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미 결정적인 점수는 내줬고 야수들의 피로도는 그만큼 늘어난다.

반면 두산은 4회 최경철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승부가 완전히 기울어질 때까지 선두타자를 꽁꽁 묶었다. 7회 박용택에게 좌전안타, 8회 양석환에게 3루수 앞 내야안타를 내줬지만 불펜진이 잘 틀어막았다. 7회 무사 1·2루서 마운드에 오른 윤명준은 첫 상대 정성훈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을 1점으로 막았고 8회 1사 1루서 마운드를 넘겨받은 오현택은 대타 나성용을 3루수 병살타로 잡아냈다. 9회 1사후 등판한 이현승은 첫 타자 박용택을 4구로 내보냈는데 박용택이 좌타자임에도 LG에서 이현승의 공을 가장 잘 때리는 타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고의4구로 볼 수 있다. 전략적 선택을 한 이현승은 채은성과 정성훈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를 지켜냈다. ‘첫 타자’를 상대한 결과가 승패를 명확하게 갈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첫 타자 징크스’를 벗어던져야 LG가 꿈꾸는 대반격도 가능해진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