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창과창


도전은 궁벽한 현재를 탈출하는 유일한 열쇠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용기있는 도전은 그래서 늘 높이 평가받는다. 역사의 진보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깨는 용기있는 도전에 의해 이뤄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낡은 패러다임에 허우적대고 있는 한국 스포츠계에 작지만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의미있는 시도 하나가 눈길을 확 잡아 끌었다. 실업탁구 포스코에너지의 유소년 클럽팀 창단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7일 인천 서구의 청일초등학교에서 창단한 포스코에너지의 유소년 클럽팀은 향후 한국 스포츠의 비전과 지향점을 제시해줄 수 있는 새로운 실험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도전은 늘 그렇듯 용기가 필요하다. 포스코에너지의 유소년 탁구클럽팀 창단도 여자 국가대표 사령탑을 역임했던 김형석(51) 감독의 결단이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국내 정상급 실업팀에 안주하지 않고 ‘월드 클래스’ 선수 육성이라는 높은 목표의식을 가슴에 품고 있는 그는 한계에 봉착한 기존 엘리트 스포츠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실험에 나서게 됐다. 김 감독의 문제의식은 고착화된 엘리트선수 젖줄 구조에서 비롯됐다. 그 동안 탁구도 다른 종목과 별반 차이없이 학교 스포츠를 통해 엘리트선수를 배출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핵가족화와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경기력에만 치중하는 엘리트 선수 육성은 학교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자연스레 학생선수의 감소와 그에 따른 국제 경기력 저하로 파고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만리장성’ 중국을 격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받은 한국 탁구였지만 최근에는 눈에 띈 경기력 저하로 고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이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유소년 클럽팀 창단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포스코에너지 유소년클럽팀의 인기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김 감독은 “36명 모집에 60여명이 신청해 추첨을 통해 인원을 선발했다”면서 “앞으로 연고지역인 인천을 4대 권역으로 나눠 클럽팀 창단을 계속 확대해 유소년클럽팀에서 엘리트선수를 육성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청사진을 펼쳐보였다. 세계를 겨냥한 김 감독의 원대한 밑그림도 따지고보면 기업의 스포츠 마인드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불가능했다. 모기업인 포스코 재직 당시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유소년클럽팀 운영에 큰 자극을 받았던 포스코에너지 황은연 사장은 이번 유소년 탁구클럽팀 창단을 앞장서 도왔다.

포스코에너지의 유소년 탁구클럽팀 창단은 선순환구조의 스포츠 생태계 구축이라는 한국 스포츠의 지향점을 제시해주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클럽시스템을 통해 스포츠의 저변을 넓히고 여기서 엘리트선수를 배출함으로써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유기적 통합을 이루는 게 현 단계 한국 스포츠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러한 클럽시스템에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것도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포스코에너지의 유소년 탁구클럽팀 창단은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이다. 이 시대는 더 이상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를 요구하지 않는다. 변화를 앞장서 이끌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조적 선도자(fast mover)’가 필요한 시대다. 포스코에너지의 유소년 탁구클럽팀 창단이 한국 스포츠의 새 지평을 여는 위대한 도전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체육1팀장 jhkoh@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