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연상호 감독이 또 한번 스크린을 뒤덮었다. 기괴하게 뒤틀린 좀비들과 생존자들의 고군분투가 밀도 높게 채워졌다. K 좀비물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영화 ‘군체’다.

‘군체’ 언론배급시사회가 20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자리에는 연상호 감독,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이 참석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출발점에 대해 “제가 작품들을 해오면서 가장 관심있는 부분 중 하나가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이라고 한다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온 것”이라며 “작품의 시작점은 AI가 구동되는 원리가 재밌어서였다. AI 인공지능 이라는 것이 아주 보편적인 사고의 총합 같은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 너무 세진다면, 개별성이 무력해진다고 생각했다. 집단지성이 모든 걸 지배하는 지금의 세상에 가장 인간다움이라고 하는 것은 ‘개별성’이 아닐까 싶었다”며 “소수의견을 낼 줄 아는 권세정(전지현 분)을 내세워서 엔딩에 이르러 공설희(신현빈 분)와 연대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집단지성과는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생존자의 리더 권세정 역을 맡은 전지현은 뛰고, 구르는 ‘피땀눈물’ 액션을 소화했다. 이에 대해 전지현은 “권세정은 생명공학박사라서 갑자기 교수님이 이렇게 액션을 잘해도 되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많이 절제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권세정은 어떤 상황에서도 위기를 모면해나가는 인물이라서 적정한 수준을 지키면서 액션을 했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생존자 최현석 역을 연기한 지창욱은 좀비 첫인상에 대해 “경이로웠다. 분장, 움직임, 연기가 감탄스러웠다. 그분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 좀비의 눈을 유심히 바라봤던 건 처음이다. 정말 훌륭했다. 덕분에 좋은 리액션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감탄했다.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은 앞서 영화 ‘부산행’으로 좀비물로 천만 신화를 쓴 바 있다. 이어 매번 ‘업데이트’ 되는 새로운 좀비를 구상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사실 처음엔 좀비영화로 구상하지 않았다. 당대 사회의 잠재적 공포가 뭔지에 대해 고민했다. 제가 그때 느꼈던 건 엄청난 초고속 정보 교류로 인해 생기는 집단적 사고와 거기서 느껴지는 개별성의 무력감이었다”며 “같이 대본을 쓴 최규석 작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좀비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단으로 교류하고, 잘못된 방향이든, 옳은 방향이든 업데이트 해나가는 모습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구교환은 감염자들을 이끄는 리더 서영철 역을 연기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현희(김신록 분)와 현석이 정서적으로 연결돼 있다면 저와 감염자들, ‘우리 아이들’이라고 부르겠다. 우리 아이들과 저는 동선적, 행위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영철이라는 인물을 100여 명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개념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 아이들 연기를 보고 제가 영감을 받은적도 있고, 제가 이렇게 움직였으니 부탁드린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교환은 즉석에서 ‘우리 아이들’을 향해 영상편지를 남기겠다며, 기괴한 소리를 낸 뒤 “‘올 떄 메로나’라는 의미였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움직임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전 좀비와 다른 부분은 브레이크 댄서나 스턴트맨과 작업했다. 그들의 기괴한 움직임이 주된 부분이었다. 이번엔 브레이크 댄서와 스턴트맨에 더해 집단지성으로 움직이는 개념을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 더 아방가르드한 무용을 하는 현대무용팀을 섭외해서 제가 원하는 느낌들을 얘기했었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연상호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싶은데 한국 상영이 더 좋다”고 웃음을 보였다.

‘군체’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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