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연예계의 시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을 갈구하며 돌아간다. 매력과 탄탄한 기본기를 고루 갖춘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K-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필수적인 작업이다. 최근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우려를 비웃듯, 혜성처럼 등장해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는 무서운 신예들이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의 조유리, 넷플릭스 ‘기리고’의 전소영과 강미나, tvN ‘은밀한 감사’의 홍화연이 그 주인공이다.

◇ ‘아이돌 꼬리표’ 완벽히 지운 조유리의 깊이
2018년 Mnet ‘프로듀스 48’을 통해 아이즈원의 메인보컬로 데뷔한 조유리는 연기에 대한 오랜 갈망 끝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높였다. 아이돌 특유의 청량함을 완전히 지워내고, 불안과 결핍에 찌든 20대 임산부 김준희로 완벽하게 분했다.
극 중 지친 몸을 이끌고 명기로와 엮이며,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해 가는 복잡한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특히 후반부 자식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대목에서는 설정의 난해함을 뛰어넘는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치열한 그룹 생활에서 체득한 성실함과 예리한 대본 분석력을 인정받은 그는 김용훈 감독의 넷플릭스 ‘버라이어티’,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에 연이어 합류하며 차세대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기리고’가 낳은 압도적 파괴력, 전소영
넷플릭스 ‘기리고’는 대중에게 낯선 신예들의 반란이었다. 뛰어난 작품 해석력으로 글로벌 흥행을 견인한 중심에는 단연 전소영이 있다.
JTBC ‘마이 유스’에서 성제연(천우희 분)의 아역으로 데뷔한 그는 ENA ‘아너: 그녀들의 법정’에서 반전의 키를 쥔 한민서 역으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선보인 바 있다. 윤라영 역의 이나영과 강신재 역의 정은채, 백태주 역의 연우진 사이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아우라로 강렬한 힘을 뿜어냈다.
이어 ‘기리고’에서는 악령이 담긴 애플리케이션으로 위기에 빠지는 고등학생 유세아 역을 맡아 극 전체를 쥐고 흔들었다. 올곧고 인간적인 학생에서 한순간에 악한 기운을 내뿜는 빙의 상태로 넘나드는 극단적인 전개 속에서도 그의 연기는 흔들림이 없었다. 목이 꺾이며 선하고 맑은 얼굴이 섬뜩하게 돌변하는 중반부 장면은 그의 연기 체급이 이미 완성형에 다다랐음을 증명한다.

◇ 끼를 누르고 내공 터뜨린 강미나
강미나는 ‘기리고’가 발견한 또 다른 보배다. 2017년 tvN ‘드라마 스테이지 - 직립 보행의 역사’로 연기의 첫발을 뗀 그는 ‘계룡선녀전’ ‘호텔 델루나’, JTBC ‘웰컴투 삼달리’ 등을 거치며 묵묵히 경험을 축적해 왔다.
‘기리고’는 그간 응축된 강미나의 내공이 비로소 만개한 작품이다. 부모의 방치 속에 자라 다소 되바라진 듯하지만 속내는 깊은 임나리 역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후반부 악령에 빙의된 이후에는 무서운 살기를 뿜어내며 친구들을 위협하는 ‘무거운 악’을 창조해 냈다.
아이오아이 시절부터 돋보였던 특유의 ‘끼’를 철저히 누르고, 오직 캐릭터의 서사로만 카메라 앞에 선 그의 일취월장은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케 한다.

◇ 차가움과 뜨거움을 오가는 오묘한 도화지, 홍화연
홍화연은 특유의 어둡고 오묘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강렬하게 끌어당긴다. tvN ‘멘탈코치 제갈길’로 데뷔한 그는 ENA ‘보라! 데보라’, SBS ‘보물섬’, 티빙 ‘러닝메이트’ 등에서 활약했다. 특히 ‘보물섬’에서는 속물적인 가족 앞에서는 날 선 냉기를 내뿜다가도, 특정 인물 앞에서는 숨겨온 감정을 뜨겁게 터뜨리는 양극단의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은밀한 감사’에서도 그의 오묘한 매력은 빛을 발한다. 부회장 전재열(김재욱 분)을 은밀히 흠모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미녀 비서 박아정 역을 맡아, 오랜 친구 노기준(공명 분) 앞에서의 편안한 얼굴과 대비되는 두 가지 매력을 능수능란하게 오가고 있다. 특유의 관능적인 이미지에 퇴폐미까지 더하며 당돌하면서도 처연한 인물의 내면을 완벽히 묘사 중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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