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원성윤 기자] 여행이란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익숙함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의 좌표를 재설정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를 바꾸는 실존적 체험이다.
매일 바쁘게 흘러가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물리적 높낮이와 속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 빌딩 숲 사이를 유영하는 한강의 시원한 물살을 타거나, 130m 상공에 올라 스카이라인을 발아래 두는 경험이 바로 그렇다. 서울의 푸른 하늘과 넓은 강을 온전히 감각하게 하는 ‘한강버스’와 ‘서울달(SEOULDAL)’은 도심 속 일상을 한 편의 근사한 여행으로 플롯을 바꾸어 놓는다.





물길을 여는 ‘한강버스’는 마곡부터 여의도, 뚝섬을 거쳐 잠실까지 7개 선착장(31.5km 구간)을 이으며 한강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수상 교통 및 레저 수단이다. 155~199인승 규모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 추진 친환경 선박이 투입되었으며, 선내에는 테이블과 휠체어석, 20대의 자전거 거치대까지 마련되어 있다. 각 선착장에는 스타벅스, 편의점 등 편의시설도 입점해 쾌적함을 더했다.
특히 한강버스는 기존 한강 유람선에 비해 운항 속도가 빨라 목적지까지의 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요금 또한 일반 3000원으로 유람선 대비 월등히 저렴해 대중교통이자 관광 수단으로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 여기에 대중교통 환승 할인과 ‘기후동행카드’ 혜택까지 적용되어 내외국인 모두에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려한 경관을 선사한다.
현장에서 만난 멕시코 출신의 외국인 탑승객 크리스텔 라미레즈(Cristtel Ramirez·45)는 “강을 따라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오랜만에 진정한 휴식과 여유를 즐기고 있다”며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타게 되었는데, 고국과 비교해 보아도 비용 대비 만족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경험”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강바람의 여운을 안고 도보로 이동하면, 여의도공원에서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보름달 형상의 ‘서울달’을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8월 정식 운영을 시작한 이 거대한 기구는 열기구와 달리 불연성 헬륨가스의 안정적인 부력을 이용하는 계류식 가스기구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성화대와 동일한 프랑스 에어로필사의 최신 모델로 시각적 아름다움과 기술적 안정성을 동시에 갖췄다.
1회 탑승 시 최대 20명까지 탈 수 있으며, 약 15분 동안 탑승객을 130m 상공으로 이끈다. 탑승료는 성인 기준 2만 5000원이지만, 기후동행카드 소지자는 10% 할인을 받을 수 있어 한강버스와 연계한 가성비 여행 코스로도 제격이다.



서울관광재단 금창훈 관광자원개발팀장은 “가시거리가 좋은 날에는 북한산 백운대부터 멀리 송도 트윈타워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뷰 명소”라며 “전체 탑승객 중 외국인 비율이 45%에 육박할 만큼 글로벌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역동성과 정취를 전하는 핵심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130m 상공에 도달했을 때 펼쳐지는 국회의사당과 한강의 파노라마는 지상에서의 고단함을 한순간에 잊게 만드는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처럼 물길과 하늘길을 결합해 서울의 매력을 입체적으로 확장하는 시도는 도시의 미래 비전과도 닿아 있다.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는 “한강버스로 물길을 열고 서울달로 하늘길을 이은 인프라는 단순히 일회성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공간적 가치를 지속 가능하게 이끌어갈 훌륭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수평으로 흐르는 강물 위에서 나를 돌아보고,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기구 위에서 내가 살아가던 삶의 터전을 내려다보는 일.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 가벼운 겉옷 한 벌을 챙겨 한강으로 향하는 것만으로도, 강과 하늘이 교차하는 그 경계 위에서 우리는 삶의 깊이를 새로이 발견하는 아름다운 여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