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래퍼 리치 이기(본명 이민서)를 둘러싼 논란이 결국 공연 취소와 줄사과 사태로 번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을 연상시키는 공연 날짜와 티켓 가격, 반복된 고인 비하 가사가 겹치면서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혐오”라는 비판이 힙합씬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논란의 중심은 오는 23일 서울 연남스페이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리치 이기의 첫 단독 공연이다. 공연 날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과 같은 5월 23일이었다. 티켓 가격 역시 5만2300원으로 책정됐다. 공연 시작 시간도 오후 5시23분으로 알려지며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리치 이기는 그동안 발표한 곡에서 노 전 대통령 실명을 직접 언급하거나 서거 방식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일부 곡에는 여성 혐오와 아동 대상 성범죄 묘사, 지역 비하 표현까지 담겨 논란이 이어졌다. 이번 공연 역시 이런 문제적 표현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결국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공연 주최 측에 즉각적인 공연 취소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재단 측은 “서거일을 연상시키는 날짜와 가격 사용은 명백한 모욕적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공연장은 결국 대관 취소 결정을 내렸고, 공연은 무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리치 이기는 19일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데뷔 초부터 최근까지 유명세를 위해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언행을 일삼아왔다”며 “철이 없고 재미로 했다는 말은 변명”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앞으로는 절대 고인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지 않겠다”며 노무현 시민센터를 직접 찾아 사과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후폭풍은 힙합계 전체로 번졌다. 공연 참여 예정이던 팔로알토는 “고인을 조롱하거나 혐오적으로 받아들여질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개 사과했다. 딥플로우 역시 “숫자의 의미를 몰랐다. 프로로서 나이브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음악평론가 강일권까지 공개 비판에 나섰다. 그는 SNS를 통해 “이따위 것을 표현의 자유 혹은 힙합의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리치 이기 음악 놓고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사람들은 이 판에서 자진 강퇴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신예 래퍼 개인 논란을 넘어, 자극적 혐오 표현을 소비해온 한국 힙합씬 전체의 책임론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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