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정교하게 재현하는 시대다. AI가 만들어낸 이 ‘익숙한 얼굴’은 과연 어디까지가 창작이고, 어디서부터가 침해일까.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AI 영화 ‘검침원’은 공개 직후 묘한 화제를 모았다. 영상 속 주인공이 실존인물인 배우 염혜란을 떠올리게 하는 탓이다. 특히 얼굴은 물론, 말투와 체형, 분위기까지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배우 본체의 동의없는 무단 사용이었다. 영상이 공개된 후 염혜란의 소속사 에이스팩토리는 “배우의 초상이 무단으로 활용된 AI 영상”이라며 “사전 협의나 허락은 없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이를 통해 AI 기술이 어디까지 타인의 얼굴과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현재 AI 기술은 특정 인물을 직접 복제하지 않더라도 외형과 분위기, 말투 등을 조합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법적으로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따지는 기존 기준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결과적으로 “닮았을 뿐”이라는 표현 뒤에 초상권 침해가 가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기존 딥페이크 논란과도 결이 다르다. 기존에는 실제 영상 위에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배우의 이미지와 인상이 사실상 ‘참고 자료’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복잡한 문제를 낳는다.
영화계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기준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는 이미 다양한 AI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장치가 사실상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문제는 제도의 공백이다.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지만 AI가 만들어낸 유사 인물을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은 부족하다. 기술은 이미 현실을 정교하게 모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다룰 규칙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AI 기술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업계에서는 “제도와 윤리가 정립된다면 AI는 창작의 영역을 넓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촬영이 어려운 장면을 구현하거나 제작 효율을 높이는 데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제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활용이다. AI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문제는 그 속도를 따라잡을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만들어도 되는 것 사이의 경계의 선을 명확히 그어야 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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