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한국 체육계에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다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장이기도 했다.
가장 두드러진 건 과거 세대로부터 근성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시선이 따른 ‘Z세대 태극전사’의 행보다. 한국 13명의 메달리스트 중 10명은 1997~2012년 사이 태어난 Z세대 연령대다. 이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강한 정신력, 뒷심으로 커다란 감동을 안겼다.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최초 금메달리스트로 거듭난 최가온(17·세화여고)은 1,2차 시기에서 넘어지고 부상을 안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3차 시기에 나서 ‘롤모델’ 클로이 김(미국)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하며 우승했다.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동메달리스트 유승은(18·성복고)도 올림픽 무대를 밟는 과정에서 발목, 손목 골절 등 큰 부상에 시달렸는데 꿈의 무대에서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2관왕’을 차지한 여자 쇼트트랙의 ‘새 기둥’ 김길리(22·성남시청)는 대회 초반 상대 선수에게 걸려 넘어지는 등 불운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위축될 법했으나, 강한 정신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이후 세 개 종목(1000m 동메달·3000m 계주 및 1500m 금메달)에서 포디움에 섰다.
또 국내에 제대로 된 훈련 시설조차 없는 설상에서 3개의 메달(최가온·유승은·김상겸)을 거머쥐며 일부 종목에 대한 태생적 한계와 선입견도 무너뜨렸다. 롯데그룹의 꾸준한 후원이 밀알이 됐으나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더욱더 면밀한 지원 체계를 두면 더 높은 꿈을 그릴 수 있다는 믿음을 품게 됐다.

경기장 밖 고정관념을 깬 건 ‘외교’다. 한국은 대회 기간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집행위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또 봅슬레이의 리빙레전드 원윤종이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하며 8년 임기 선수위원에 뽑혔다.
원윤종은 애초 인지도가 부족하고, 4개 클러스터에서 분산 개최한 이번 올림픽 특성상 투표권을 지닌 참가 선수의 지지를 끌어내기 쉽지 않으리라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원윤종은 이르게 체육회의 지원 등을 받으며 동계 선수와 접점을 끌어냈다. 대회 기간엔 ‘두 개의 심장’ 모드로 현장을 누비면서 선수와 소통했다. 동계 선수에게 새로운 비전을 심고 싶다는 진심 어린 마음까지 전해지면서 대이변을 연출했다.
경기장 안팎의 이런 성과는 국내 체육계에 ‘인식의 전환’을 불러올 만하다. 올림픽 기간 보이지 않는 최대 수확으로 볼 수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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