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주위에서 요즘 세대 문화를 걱정하는 데 선입견을 두지 않아야 한다. 시스템을 두고 비난보다 격려, 기다려주면 알아서 잘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택수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은 지난달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1997~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Z세대는 세계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인구 집단이다. 올림픽 같은 스포츠 메가 이벤트에서도 주력 세대다.
다만 국내에서 Z세대를 바라보는 윗세대의 시선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신기술 등에 대한 적응 속도가 빠르지만 그만큼 규제보다 자유를 선호, 인내심 등이 부족하다는 시선이다. 스포츠를 다루는 선후배 사이에도 이런 인식이 따른다. ‘헝그리 정신’이야 옛말이라고 해도 운동하는 이들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정신력 등에 약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촌장이 언급한 것처럼 선입견이라는 걸 이번 대회 Z세대 태극전사가 입증하고 있다.
19일 정오 기준 한국이 따낸 7개의 메달 중 Z세대 연령대가 해낸 건 5개(단체전 포함)나 된다. Z세대 편견을 깨는 데 방점을 찍은 건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최초 금메달리스트로 거듭난 최가온(17·세화여고)이다. 1,2차 시기에서 연달아 넘어지고 부상이 따라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였지만 3차 시기에서 불굴의 의지로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롤모델’ 클로이 김(미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그는 부상 당시 상황에 “들것에 실려 가면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한 뒤 발가락부터 힘을 주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고, 다행히 경기를 다시 치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유승은(18·성복고)은 2년 전 월드컵에 출전했다가 발목이 골절돼 1년을 쉬었다. 이후 손목까지 부러지는 등 큰 부상에 시달렸는데, 이번시즌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입상하더니 올림픽에서도 사고를 쳤다.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임종언(19·고양시청)과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 1000m 동메달을 품으며 ‘멀티 메달리스트’가 된 김길리(22·성남시청)도 마찬가지다. 둘은 각각 남녀 대표팀의 막내지만 경기력은 기둥 수준이다. 둘 다 처음 올림픽을 경험했는데 임종언은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결승까지 올라 입상했다. 김길리는 앞서 혼성 2000m 계주는 물론, 1000m 준결승에서 정상적으로 레이스를 펼치다가 상대 선수가 미끄러지며 덩달아 피해를 봤다. 특히 혼성 계주에서는 부상이 따를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그럼에도 강한 집념으로 홀로 1000m 결승에 올라 커리어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더니 여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평소 해맑은 미소가 특징인 그는 마음고생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세대보다 규율과 관련해 자기표현이 강한 세대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품는다. 그게 Z세대 태극전사의 추세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이들은 용감하고 당찬 모습으로 선배 세대에 어필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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