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선택한 박준현, ‘방지법’ 속 정면 돌파

“하지 않은 일까지 사과할 수 없다”…엇갈린 사실관계

법적 판단 너머의 진심, 사과의 진정성은 증명될까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법정 싸움에서 승리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할 계획이다.”

학교폭력 논란의 중심에 선 키움 신인 투수 박준현(19)이 법적 절차를 통한 진실 공방을 선택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정심판 결과에 불복하며 사과를 미루는 모양새지만, 그 내면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바로잡은 뒤 진심을 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박준현은 최근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학교폭력 인정’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초 서면 사과 이행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명 ‘박준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법의 맹점을 이용해 징계를 회피하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행태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침묵하던 박준현이 드디어 입장을 내놨다. 전날(29일) 박준현 측 대리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5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이미 ‘학교폭력 아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유일하게 인정된 사실관계는 친구에게 ‘여미새(여자에 미X 새X)’라는 부적절한 단어를 한 차례 사용한 것이 전부였다는 주장이다.

법적 절차를 밟기로 한 배경에는 ‘여론의 확대 재생산’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박준현 측은 “행정심판 이후 상대방의 일방적 주장이 사실처럼 굳어지며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며 “하지 않은 일까지 모두 인정하며 사과할 수는 없기에 법의 판단을 다시 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지속성’과 ‘직접 가해’ 여부다. 피해자 측은 박준현이 야구부 내 따돌림을 주도하고 지속해 괴롭힘을 가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준현 측은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따돌림이 시작됐다는 시점에 박준현은 부상 치료와 재활로 학교생활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행정심판에서 추가로 인정된 욕설 DM 역시 박준현이 작성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역설했다.

박준현 측의 설명에 따르면 행정심판 재결 과정에서 추가된 사실은 작성자와 발송 시점이 불분명한 인스타그램 DM을 박준현의 행위로 간주한 것뿐이다. 그는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까지 포함된 ‘전반적인 사과’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처지다. 이 과정에서 기사화를 막아달라거나 사과할 테니 기다려달라는 식의 회유를 한 사실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박준현이 바라는 것은 ‘정확한 잘못’에 대한 인정이다. 자기 입으로 내뱉은 부적절한 언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되, 하지 않은 가해 사실까지 떠안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본말전도’라는 논리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혹은 실제 학교폭력의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향후 법정에서 가려질 문제다. 다만 박준현 측이 강조하는 지점은 ‘사과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 박준현의 대리인은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확실히 잘못한 것과 아닌 것을 바로잡고 싶을 뿐이다. 재판에서 승소해 법적으로 학폭이 아닌 것으로 뒤집힌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주장하는 친구에게 (박)준현 선수가 진심으로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은 본인도 인정하고 자책하는 대목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친구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학생 선수로서 분명 문제가 있다. 다만 그 사과가 ‘학폭 가해자’라는 낙인을 모두 인정한 뒤에 나오는 굴복이 아닌, 자기 잘못을 정확히 도려낸 뒤 전하는 진심이길 바라는 고집이 이번 행정소송의 본질인 셈이다.

물론 학교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피해자의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온전히 치유되기 어렵다. 박준현이 선택한 법적 투쟁이 징계를 늦추기 위한 시간 벌기인지, 아니면 억울함을 풀고 진정한 사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인지는 법의 판단 이후 그가 보여줄 행보에 달려 있다. 우선은 법정에서 가려질 진실의 향방을 지켜볼 일이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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