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 임희윤 “대표 발라드의 재탄생”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산울림 대표 발라드 ‘독백’이 서도밴드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난다. 산울림 데뷔 5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성사된 이번 리메이크는 촉촉하고 몽환적인 ‘조선 팝’ 발라드로 결을 바꿔, 원곡의 유산과 현재의 감각을 잇는다.

음악평론가 임희윤은 산울림 멤버 김창훈이 작사작곡한 ‘독백’의 출발점으로 “1981년 산울림 7집은 복귀작이자 쾌작이었다. 3집 발매 이후 군에 입대했다가 돌아온 김창훈, 김창익이 다시 합류한 것”이라며 “3형제의 재결합은 가히 전율의 첫 트랙 ‘가지마오’부터 호기롭게 십자포화를 뿜으며 다시 한번 대한민국 록의 산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7집의 강렬한 록 흐름 속에서 ‘독백’은 또 다른 색으로 팔레트를 넓혔다는 설명도 인상적이다. 임 평론가는 “이어진 2번 트랙 ‘먼 나라 이야기’가 논하는 생과 사의 음울한 사이키델릭 록까지만 들어도 이미 명작의 향취는 차고 넘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라며 “3번 트랙 ‘독백’이 천연덕스레 내려놓는 포크 록 발라드의 순정한 매력은 새 물감을 풀며 병풍 같은 팔레트를 한 겹 더 펼쳐낸다”고 논한다. 그는 “같은 앨범에 실린 ‘청춘’, 8집의 ‘회상’, 10집에 담은 ‘너의 의미’ 등과 함께 산울림 발라드 고전의 대열에 당당히 오른 곡이 독백”이라고 못 박았다.

임 평론가는 ‘독백’이 오래 남는 이유를 구조와 정서, 그리고 언어에서 찾는다. 그는 “장조와 단조를 오가며 스토리에 양달과 응달을 빚어내는 구조는 ‘너의 의미’와 닮았고, 가시나무로도 흉내 낼 수 없는 덤덤함의 첨탑을 축조한 애이불비는 ‘회상’과 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쉽지만 간단치 않은 우리말 가사”를 언급하며 “마치 김소월, 윤동주의 서정시처럼 맑고 차디차게 현대인의 정서를 꿰어낸다”고 했다.

서도의 리메이크는 이 원곡의 담백함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 옷을 입힌다. 임 평론가는 “조선 팝의 창시자를 자칭하는 서도밴드가 리메이크한 ‘독백’은 담백한 원곡에 현대적 당의를 추가했다”며 “일단 템포는 늦춰 여유를 부리되 조성(調性)은 장3도 올려 텐션을 은근히 높였다. 통기타와 피아노의 해맑은 음향, F#의 으뜸음을 고집하며 울리는 베이스는 조도를 높이고 공간을 확장하며 나아간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서도의 보컬은 이번 작업의 중심으로 꼽힌다. 임 평론가는 “국악의 시김새와 양악의 비브라토 사이에서 본인만의 정서적 장력을 체득해 낸 그는 이 곡에서 거의 ‘쿨한 신파’의 실타래를 난 치듯 악보 위로 풀어낸다”고 긍정했다.

과한 ‘업데이트’를 경계한 절제 또한 강점으로 꼽혔다. 임 평론가는 “‘독백’에서 서도밴드의 미덕은 원곡을 과하게 업데이트하지 않는 절제에도 있다”며 “21세기적 접근법은 버렸다. 흡사 19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의 한국 발라드, 이를테면 김창완이 제작했던 그룹 동물원의 초기 곡들을 연상시키는 다정한 소프트 록의 온도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곡의 후반부에 대해서도 “메인보컬을 베옷처럼 감싸는 서도의 코러스와 구음은 부연 입체를 만들고 어쿠스틱 기타, 오르간의 격려와 맞물리면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온수의 결말로 이 쉽지 않은 리메이크 비행체를 연착륙시킨다”고 언급했다.

임 평론가는 ‘독백’이 노래로서 갖는 의미에 대해선 “독백이란 본디 말의 유령이다. 언어의 목적이 소통이라면 독백은 노이즈다. 그저 먼지다”라고 적은 뒤 “그래도 인간은 독백을 한다. 독백이 노래를 만나면 애처로운 방백이 된다. 길을 잃은 고백이 된다”고 썼다.

그리고 다다른 결론은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집약한다.

“오늘 밤, 지독하게 단 독배를 한 잔 따라 놓고 볼륨을 높여 본다.”

서도밴드 ‘독백’ 리메이크는 산울림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고 다음달 발매 예정이다.

산울림은 역사적인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밴드와 멤버들이 남긴 유산 50곡을 후배 뮤지션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서도밴드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