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일산=이소영 기자] ‘생활 체육화’, ‘체계적 훈련’, ‘국제 경쟁력’.

체육 강국을 꿈꾸지만, 인프라부터 부족한 현실이다. 생활 체육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 훈련을 받는다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고, 국제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최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4대 연맹인 한국리틀야구연맹, 한국여자야구연맹, 한국티볼연맹, 한국연식야구연맹과 야구·소프트볼·베이스볼5 유소년 여자 선수 저변 확대 및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소위 ‘엘리트 루트’가 마련된 남자 프로야구와 달리 여자야구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WPBL)의 첫 드래프트에서 4명의 선수가 현지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았으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의 끈기가 만들어낸 기적에 가깝다. 국가적 제도에 의한 결과가 아닌 셈이다.

무엇보다 프로야구가 전례 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야구장은 연일 구름 인파를 북적이고, 여성 관객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포츠는 오랫동안 남성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가 증가하면서 스포츠 참여도 또한 높아졌다. 방송가에서도 여자야구를 비롯해 여자농구를 조명하는 등 사회적 흐름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한 종목 ‘올인’이 ‘우물 안 개구리’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A 양해영 회장은 “여자야구는 아시아권에서 3~4위다. 소프트볼은 4~5등 정도”라며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훈련해온 선수가 없어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다. 대부분 성인이 되면서 접하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짚었다.

이어 “남자 야구에만 목 맬 게 아니”라고 강조하며 “WPBL에 진출하는 선수도 있지 않나. 야구뿐 아니라 소프트볼과 베이스볼5도 중요하다. 야구의 경우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정도에서만 활성화돼 있다. 소프트볼은 전세계적으로 즐기는 종목이고, 베이스볼5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에 등록된 국가 전체가 다 한다고 보면 된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국제 대회 성적을 원하면서도 글로벌 추세에는 뒤처져있는 모순까지 존재한다. 양 회장은 “WBSC 총회에 가면 오히려 베이스볼5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다. 모든 국가가 다 하기 때문”이라며 “한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골고루 관심을 가지고 발전해야 전체 저변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연식야구연맹 김양경 회장 또한 “경계 없이 야구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미국은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야구도 잘하는 케이스가 많다. 학교 체육 과정에서 두루두루 접했으므로 가능한 일이다. 그런 현상 덕분에 체육 강국이 된 것”라고 진단했다.

국제 무대에서 야구의 한계도 지적했다. 양 회장은 “특정 국가만 참여하는 데다, 올림픽 개최지에 따라서 좌지우지된다”며 “WBSC 연맹 입장에서는 모든 나라가 참가할 수 있는 베이스볼5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유럽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국가 성적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야구 자체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양 회장의 설명이다. “맨손으로 하는 방식이지만, 야구의 모든 기본을 갖췄다”며 “좁은 공간에서 빠른 스피드로 진행되는데, 순간 판단력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도 열심히 장려하고 보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편식은 단기 성과를 낳을 순 있지만, 체육 강국을 만드는 해답은 아니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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