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절차 건너뛰기’가 아쉬웠다

이예랑 대표 “송구하다”

그래도 마케팅 감각만큼은 ‘인정’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구단 몰래 운영된 팬 소통앱 논란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다. 그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전부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리코에이전시가 보여준 마케팅 감각과 발상 자체는 분명 시대 흐름을 읽은 시도였기 때문이다. 진심 어린 사과도 했다. 다음에는 실수 없이 준비하면 된다.

리코가 시도한 소통앱은 팬과 선수의 거리를 좁히는 새로운 접점 모델이다. 1200만 관중 시대에 팬덤 기반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럽다. 기존 아이돌-팬 사이 DM형 메시지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야구선수 중심의 전문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차별성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방식이었다. 11월30일까지는 엄연히 선수의 ‘활동 기간’이다. 이 기간 선수 이미지를 활용한 상업적 서비스는 반드시 구단과 협의해야 한다. KBO 역시 활동 기간 내 상업 행위는 사전 승인 절차가 필수라고 명시한다. 리코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결국 ‘좋은 취지’는 ‘잘못된 접근’에 묻혔다.

리코의 시도는 야구계에서도 필요하다고 보는 흐름이다. 팬 접점 확장은 구단·리그·에이전시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팬과 선수의 직접 연결, 팬덤 콘텐츠만큼은 분명 시장성이 있다.

특히 선수 훈련, 경기 시간인 저녁 시간에는 이용 제한을 뒀다. 우려할 점이었던 ‘경기력 저하’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내용도 있었다. 규정 안에서 투명하게 협의하고, 구단과 소통, 선수협과 정식 절차를 밟았더라면 반응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리코도 잘못을 인정한 상황. 이예랑 대표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책임을 통감한다. 마음이 무겁다. 팬과 구단 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서비스 구조와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 우려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인정했다. 사과는 진지했다.

다음에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좋은 마케팅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규정 안에서 투명하게 협의하는 과정이 필수다. ‘꼭’ 규정 안에서 움직이길 바란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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