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롯데호텔월드=이소영 기자] “서운한 생각보다는 서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기 마련이다. 주축 타자의 이적으로 흔들릴 법도 하지만, 눈빛은 결의가 가득했고, 목소리에는 의지와 차분함이 돋보였다. 올시즌 혜성처럼 나타나 리그를 강타한 신인왕 KT 안현민(22) 얘기다.
안현민은 2025 KBO 시상식에서 대망의 신인상을 품에 안았다. 유효표 125표 가운데 110표(88%)를 기록하며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쟁쟁한 후보들을 압도적인 득표율로 제쳤고, KT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신인상이자 타자 부문에서는 강백호 이후 7년 만이다.

LG 송승기와 2파전으로 좁혀졌지만, 사실상 적수가 없었던 셈이다. 올시즌 2군에서 출발한 안현민은 112경기, 22홈런 80타점, OPS 1.018 맹타를 휘둘렀다. 전반기 타율만 무려 0.356에 달했고, 후반기 살짝 주춤했음에도 타율 0.307을 기록했다. KT의 가을야구 진출이 6년 만에 무산된 게 오히려 아쉬울 만큼 말 그대로 리그를 폭격했다.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올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일본전에서 총 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현지 미디어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도 가장 경계하는 타자로 꼽았고, 오승환 해설위원 역시 “왜 2군에 있는지 이해가 안 되던 선수”라고 호평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안현민은 “8월에 침체기를 겪었는데, 9월에 반등했다”며 “좋은 성적으로 완주한 만큼 신인상이 조금 기대는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밸런스는 그대로였다. 몸에 문제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며 “멘탈적인 부분에 신경 썼더니 더 편하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장 장성우 선배님, (강)백호 형 등 많은 분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KT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다. 긴 시간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장본인이자 주축 타자였던 강백호가 한화로 이적한 까닭이다. 매 시즌 FA부터 트레이드 등 가지각색의 이유로 동료가 오고 간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최전방에 나선 동료가 떠났지만, 안현민은 의연했다. 그는 “백호 형뿐 아니라, 그 누구더라도 아쉽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형도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지금 서운한 생각보다는 서로 내년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부담감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똑같이 준비하려고 한다”며 “사실 내년에 또 어떤 선수가 나올지 모른다. 개인의 성적보다는 팀에 초점을 맞춰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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