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3.0 시대, 즉 ‘기술 중심의 바이오텍’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을 선도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성장기를 지나, 기술력과 데이터 기반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름하여 K-바이오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K-바이오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구조 변화 속에서 3차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1차 성장기에서 제네릭 의약품 중심의 내수 시장 확대, 2차 성장기에서는 CDMO(위탁생산) 및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분야에서 글로벌 입지를 다졌다면, 이제는 기술력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텍들이 중심에 서게 됐다.

특히, 2023년 이후 국내 바이오텍들의 기술이전 계약 건수가 급증하며, 그 가치는 실질적인 ‘신뢰 회복’의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가령, 알테오젠은 피하주사(SC) 제형 플랫폼 ‘ALT-B4’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순한 성장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력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부문에서 글로벌 상위 20위권에 진입했고,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30위권에 올랐다.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존재감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를 활용한 암 및 퇴행성 신경질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이런 성공은 K-바이오가 단순히 경쟁력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증명한다.

K-바이오는 전통적인 바이오 제약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AI(인공지능)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과 의료 데이터 분석은 제3의 성장축을 만들어가고 있다. AI 신약개발 기업인 프로티나는 단백질 상호작용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후보를 발굴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시어스테크놀로지는 스마트병동 솔루션을 통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9년~2030년은 K-바이오가 ‘구조적 성장’을 이룰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후속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텍들이 이 시점에서 임상 후기 성과를 내면, 실제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동안 한미약품과 사노피의 기술이전 사례처럼, K-바이오는 이제 ‘돈 버는 바이오’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과거 K-바이오는 꿈의 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현실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단기 이벤트가 아닌, 기업의 기술력과 임상 데이터의 질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K-바이오는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로 자리 잡으며, 그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을 넘어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에스티팜 등 기술 중심 기업들이 중심이 되는 K-바이오 3.0 시대.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 K-바이오의 진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greg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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