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실험은 강자에게만 주어지는 권리다. 디즈니+ ‘카지노’와 ‘파인: 촌뜨기들’을 연이어 성공시킨 강윤성 감독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 젖혔다. AI 기술이라는 새로운 파도를 직접 맞닥뜨려 개방한 셈이다. 약 6억 원의 제작비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통로를 구현했다. 제목은 ‘중간계’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강 감독은 “상업영화에서 AI를 할 수 있다는 실증을 선도적으로 하고 싶었다”며 “침체된 영화 시장에 외부자본이 크게 들어오기 위한 활력이 AI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초 시나리오의 원제는 ‘뫼비우스’였다. 25년 전 기획했던 원안을 AI 콘셉트에 맞게 과감하게 바꿨다. 십이지신 같은 많은 크리처를 만들었다. CG였다면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겠지만, AI로 가능하겠다는 확신으로 시도했다. 그리고 극도의 효율성을 입증했다.
강 감독은 “AI를 통해 효율을 가져오는 것이 시대의 저항 없이 받아들여야 할 명백한 흐름이며, 차량 폭발 장면을 CG로 하는 대신 현장에서 1분 만에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AI 기술을 통해 제작비가 절감되고 더 많은 인력을 창출하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부족한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장면에서는 CG보다도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기술이 월 단위로 바뀌고 있어 AI가 CG를 완벽히 대체할 것이라는 건 희망을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제작비 상승은 인건비의 정상화에서 왔어요. 과거에 너무 말도 안 되는 비용을 받았던 거죠. 더 이상 예산을 줄일 영역이 없어요. 그러면 영화 산업 자체가 경쟁력이 약화되죠. AI는 새로운 돌파구예요. 산업은 효율 좋은 제품이 들어오면 바뀔 수밖에 없는 숙명이죠. 이걸 안 받아들이는 건 시대의 저항이에요.”
아울러 대다수 배우와 스태프들의 복지도 더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단적인 예를 들어서 액션장면 찍을 때 와이어를 들고 날려보내는 장면이 있다고 쳐요. 기술적으로는 뒷모습만 촬영할 수밖에 없어요. 대역을 쓰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사실적이지 않아요. AI는 대역을 찍어도 얼굴을 완벽히 보여줄 수 있어요.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는 거죠. 차량 폭발이라든가 더 큰 상상도 가능해요.”

새로운 변화는 배우의 수명을 단축시킬까 아니면 더 극대화할까. AI 배우의 등장으로 배우들의 위치가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AI 배우가 인기를 얻으면 모르겠지만, 배우는 배우의 역할이 있어요. 결국 배우가 촬영을 한 바탕에서 AI가 완성품을 만드는 거죠. 배우가 편해질 수는 있는데, 없어지진 않을 거예요. 결국 누군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역할은 바뀌지 않아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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