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묘한 배우다. 분명 거친 인상인데 그 안에 담긴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특히 연기를 할 때 그 진가가 빛난다. 영화 ‘보스’ 속 박지환은 코미디 장르 속 유일하게 웃음기 없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런데도 잘 녹아든다. 그래서 더 묘하다.

박지환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보스’ 개봉에 대해 “명절에 나올 줄 몰랐다”며 극장가 대목 출격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추석 극장가 흥행은 코미디 영화’라는 공식이 있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와 2파전으로 맞붙었다.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작품 속 유일하게 클래식한 조폭 판호 역을 연기한 박지환은 웃음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다. 다른 조직원들이 치열하게 ‘양보’ 한다면, 박지환이 연기한 판호는 ‘보스’만이 삶의 목표인 인물이다.

“멤버들이 워낙 베테랑이라서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극대화해서 전달할 수 있을지만 고민했어요. 저는 오히려 클래식한 조폭처럼 세팅하고, 전형적인 옷을 입고 등장했을 때 코미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판호는 진지하다. 보스 쟁탈전에 사활을 건 유일한 인물이다. 순태(조우진 분), 강표(정경호 분), 태규(이규형 분)가 망가지며 웃음을 유발할 때 판호 홀로 진지하게 보스 쟁탈전에 임한다.

중요한 건 ‘밸런스’다. 혼자 너무 진지해서 코미디의 흐름을 깨서도 안 되고, 뜬금없이 웃음을 유발해서 ‘캐붕(캐릭터 붕괴)’을 일으켜서도 안 된다.

박지환도 이를 고민했다. “밸런스를 많이 신경 썼다. 상황에 맞는 빌드업을 하려고 했다”며 “잔잔하게 코미디가 흐르게 놔두려고 했고, 그걸 유지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마침내 모든 경쟁자를 제치고 보스 자리에 오른 판호는 책상 위에 올라서서 한바탕 춤을 춘다. 마치 영화 ‘조커’ 속 호아킨 피닉스의 계단 댄스신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장면은 모두 박지환의 애드리브로 채워졌다. 앞서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속 감초 캐릭터 장이수와 ‘핸섬가이즈’ 등으로 쌓아온 코미디 내공이 본능적으로 폭발한 장면이다.

“대본은 그냥 ‘혼자 남겨진 판호’였어요. 라희찬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시는 거예요. 근데 갑자기 연기에 대한 충동이 차올랐죠. 축구 선수들이 골을 넣고 세리모니를 하잖아요? 저도 순식간에 책상에 올라갔죠.”

착한 조폭과 나쁜 조폭이 따로 있겠나 싶지만, 다른 인물은 개과천선을 꿈꾼다는 점에서 그나마 낫다. 반면 판호는 끝까지 조폭으로 남고 싶어한다는 지점에서 빌런 중 하나에 속한다. 그렇지만 밉지 않다. 주먹을 쓰고, 나쁜 짓을 자행하는 조폭임은 분명한데 2%쯤 부족한 탓이다.

물론 여기엔 박지환이 가진 호감도도 한몫했다. 앞서 ‘범죄도시’ 시리즈 속 인생 캐릭터 장이수를 비롯해 예능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 ‘텐트 밖은 유럽’ 시리즈와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 5’ 등을 통해 거친 비주얼 속 여린 감성이 드러나며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여기에 본업인 연기까지 잘한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로 갈아 끼운다. 대중이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박지환은 아직 이런 사랑이 수줍다.

“왜 저를 사랑하실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 이유를 알면 안 될 것 같아요. 영원히 모르고 싶어요. 지금의 제가 된 건 상대 배우들이 저를 잘 바라봐 준 덕분이죠. 저를 이상한 놈으로 봤을 수도 있잖아요(웃음). 저는 ‘오묘’와 ‘절묘’를 좋아해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묘(妙)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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