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2억 원을 투자해 80억 원 가까이 수익을 거뒀다. 연상호 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한 영화 ‘얼굴’이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영화 ‘얼굴’은 2만5409명이 관람하며 누적 관객수 77만7291명이 됐다. 이로써 누적 매출액은 80억6518만9880원을 기록했다.

‘얼굴’은 시각장애인 전각 분야 장인 임영규(권해효 분)와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상호 감독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앞서 ‘얼굴’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약 2주간 프리 프로덕션에 2억 원의 초저예산이 투자됐다. 13회 차의 짧은 촬영에 스태프 역시 20여 명의 소수 정예였다.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영화를 달성하고,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으로 큰 사랑을 받은 연상호 감독의 이름값에 비하면 다소 소박한 배경이다.

대신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도전에 배우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보탰다. 아들 임동환과 아버지 임영규의 젊은 시절로 1인 2역을 도전한 배우 박정민은 당초 약속했던 소정의 출연료가 아닌 노개런티를 택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정민은 출연료 대신 러닝 개런티를 받는다.

뚜껑을 연 ‘얼굴’은 개봉 첫날 손익분기점을 곧장 돌파했다. 3만4720명의 오프닝 스코어로 출발한 ‘얼굴’은 첫날 3억4075만1750원의 수익을 거두며 제작비 2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얼굴’은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해 곧바로 다음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미 손익분기점은 달성했으나 최종 스코어에 대한 긴장감을 놓을 순 없었다.

하지만 역주행했다. 초반 성적표에서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다시 순위 상승에 성공하며 마침내 개싸라기 흥행(개봉 2주 차에 첫 주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하는 영화계 은어)을 달성했다. 현재 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중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업계 통상 제작비를 고려했을 때 2억 원은 무척 적은 비용”이라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완성도,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합쳐져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은 배우들의 몸값에 주목했다. ‘얼굴’에 출연한 대부분의 배우가 노개런티 혹은 적은 출연료를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결과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배우들끼리도 뜻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제작환경에 있어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은 맞으나 이 작품의 성과가 향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이렇게 흥행에 목마른 작품은 처음”이라며 ‘얼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실험적 도전, 스타 감독의 세계관이 만나 한국 영화계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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