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부산=서지현 기자] 웰메이드 ‘B급 블랙코미디’ 같다. 변성현 감독의 실험적인 연출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뉴스’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영화다. 지난 1970년 일본 요도호 여객기 납치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일본 공산주의동맹 적군파가 평양으로 가기 위해 한 여객기를 납치하며 시작된다. 평양으로 향하기 위해 남한 영공에 비행기가 진입하자 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 분) 휘하에 해결사 아무개(설경구 분)가 이들을 김포공항에 착륙시키기 위한 작전을 실행한다.
총대를 멘 건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 분)이다. 서 중위가 이 황당한 사태 속 발휘한 기지는 ‘여기를 평양이라 속이자!’다. 과연 서 중위는 적군파를 무사히 속이고 이들을 남한에 안착시킬 수 있을까.

‘굿뉴스’는 변성현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하고 실험적인 연출이 빛나는 작품이다. 인물 간 오가는 대사와 상황 등이 마치 한 편의 연극과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다채롭게 오간다. 인물이 상상하는 엉뚱한 내용이 실제 스크린에 구현되거나 제4의 벽을 넘어 관객에게 말을 거는 연출 등을 통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B급 블랙코미디’를 보는 맛이 있다. 빠르게 정세가 변환하는 정치판의 수 싸움은 실소와 분노를 동시에 부른다. 변 감독은 이를 풍자적 요소로 비틀어 블랙 코미디적인 웃음을 준다. 정치판이 가진 무게감은 덜어내고, 우스꽝스러움을 더했으니 잘 만든 ‘B급’이다.
긴박한 상황에 맞춰 빨라지는 속도도 포인트다. 여객기 착륙을 두고 ‘핑퐁’처럼 오가는 인물들의 빠른 대사 속 적재적소 코미디는 속도감과 재미를 놓지 않으려 한다.

동시에 호불호 포인트로도 보인다. 절체절명 상황 속에 놓이는 코미디 요소가 켜켜이 쌓이면서 후반부엔 다소 톤이 흐려진다. 일부 장면에선 소위 ‘맥이 빠진다’는 이야기다. 또한 작품의 중반부에 해당하는 아무개와 서 중위의 대화가 오프닝을 채운 뒤 다시 시간순으로 적군파의 납치극이 벌어지는 역순 구성 역시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작품 속 무기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힘을 뺀 아무개 역의 설경구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분노유발자 박상현 부장 역의 류승범은 강렬한 캐릭터성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서고명 중위 역의 홍경은 그야말로 물 만났다. 군인의 상명하복 정신과 개인의 출세 욕망, 투사구팽의 위기 등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주하는 서고명의 복잡한 감정선을 능청스럽게 그려낸다. 또한 서고명의 상상 속 펼쳐지는 금의환향신, 쪽박신, 석양의 무법자신 등으로 다채로운 캐릭터쇼를 보여준다. 웨이브 ‘약한 영웅 Class 1’ ‘악귀’로 보여준 무게감 있는 감정 연기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다. 여기에 한국어, 영어, 일어 3개국어 연기도 안정적이다.
깜짝 등장하는 배우 전도연과 윤경호도 반갑다. 특히 윤경호를 주의하라. 웃음 폭탄이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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