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오징어게임2’은 현재 한국 시국과 무척이나 닮았다. 표결로 게임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장면은 탄핵 표결을, 게임 진행을 놓고 OX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을 벌이는 장면 역시 오늘날의 시위 현장을 대변한다. 이는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2017)에서 주화론(主和論)과 척화론(斥和論)으로 맞서던 모습과도 유사하다.
황 감독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찬성과 반대를 놓고 시위를 하고 있는데, 경찰이 금을 그었더라. 너무 섬찟한 생각이 들었다”며 “OX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반복되는 대립적 현실을 반영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게 현실과 비슷해져 무섭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한국 사회의 모순점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시각을 갖고 있다. ‘오징어게임’ 역시 이런 사회학자의 시선이 황동혁이란 프리즘을 통해 발현된 작품이다.

“시즌1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낙오자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고 있는, 각자도생의 시대를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그 사이 세상이 안 좋은 방향으로 빠르게 변했어요. 갈등과 분열이 많아지고 극단적으로 서로를 공격해요. 이렇게 된 원인이 서로에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시즌이 앞 시즌과 차별화된 건 시즌 말미, 기훈이 총을 들고 위로 향하는 장면은 황 감독의 가치관을 그대로 구현한 장면이었다. 참가자들끼리 목숨을 건 게임을 끝내고 이를 설계한 프론트맨을 제거하려 한 것이다.
황 감독은 “언젠가부터 우리끼리 싸우고 있다. 분노가 위로 향해야 하는데 옆으로 손가락질하고 있는 거다. 지금도 그게 보인다. 우리끼리 손가락질해서 바뀔까”라며 “우리를 이 게임을 가둔 위를 가리키는 게 맞다. 분노는 위를 향해야 한다. 기훈을 통해 그런 얘길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의 페르소나인 기훈을 통해 부조리한 시스템을 붕괴할 초인(超人)과 혁명 과정에서 변질되는 필부(匹夫)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풍차를 괴물이라 생각하고 뛰어드는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지금은 없다. 예전엔 혁명을 얘기했지만, 요즘은 자기가 피해보지 않으려는 게 주요하게 됐다”며 “많은 혁명가들이 목표를 좇아가다 과정에서 변질되는데 기훈의 그런 선의가 변질되는 걸 보여주려 했다. 그게 시즌2의 핵심 이야기”라고 말했다.
기훈은 프론트맨의 존재를 알아내려 혈안이 되자 소수의 희생을 불가피하게 여긴다. 모두를 살리려던 기훈은 이제 목적이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프론트맨(이병헌 분)은 그 모습을 보고 돕기로 한다. 황 감독은 “반란은 실패하고 반란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배신감까지 그를 덮친다”며 “시즌3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의 기훈 모습이 펼쳐진다. 모든 계획이 좌절된 모습에서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SS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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