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정치적 혼란은 단순히 내수 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을 넘어, 환율 급등락과 외환 시장 불안정성을 가속하며 국가 경제 전반에 걸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37.0원을 기록,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 펀더멘털 부진이 맞물려 원화 가치 하락은 물론 내수와 수출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정치적 안정성이 투자 유치와 경제 성장의 중요한 변수임을 경험했다. 그러나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은 이전의 악몽을 다시 부르고 있다.

계엄 이후 우려한 대로, 현재 국내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 금융 시장에선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하면서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지며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번 정치적 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국가와 지역을 기피한다. 한국은 이미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지역이지만, 최근 사태로 국가 신뢰도는 한층 더 낮아지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하고 있고 증시가 불안정하며 외환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계엄사태 이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4거래일 만에 144조 원이 증발했다.

특히 환율 변동성은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에 직격탄이다. 원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에 유리할 수 있지만, 환율이 지나치게 급등하거나 불안정성이 커지면 수출 경쟁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그리고 전자제품은 글로벌 공급망과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환율 환경이 필수다. 환율 급등락은 거래 조건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한국경제는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급등하며 치명타를 가할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이미 고환율로 인해 석유, 철강, 곡물 등의 수입 가격이 상승하며 국내 기업의 원가 부담이 현실화했다.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은 달러 부채가 6조 8000억 원에 달하며, 환율이 10% 상승하면 약 2400억 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IMF(국제통화기금)와 글로벌 투자은행 등은 탄핵 정국이 길어질 경우 경제적 손실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내수 경제도 동반 하락 중이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보류한다. 이는 곧 소비와 투자의 감소로 이어져 내수 시장을 얼어붙게 한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지수(CSI)는 한 달 사이 5포인트 하락하며 90선을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들도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정치적 안정 없이는 경제회복도 불가능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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