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지난한 경영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집안싸움이 이제는 기업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의 최대 주주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의 손을 들어주며 형제 측이 경영권을 가져오는 듯했지만, ‘키맨’ 신 회장이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측으로 돌아서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지난달 30일 계열사인 한미약품에 공개적으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분쟁이 더욱 거세졌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한미약품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이번 임시주총 안건으로 박 대표와 신 회장을 각각 한미약품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에서 해임할 것을 제안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최대주주이자 한미그룹의 지주사로서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귀사의 박재현 대표이사는 수장으로 모든 임직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은 버려둔 채로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체없이 소집절차를 취하지 아니할 경우 관련 법적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과 관련, “임시주총 소집은 일정 자격을 갖춘 누구라도 요구할 수 있는 주주 권리”라며 “주주들께서 합당한 판단을 하실 수 있도록 이사회를 통해 임시주총 관련 논의를 진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약품은 “최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도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사실로 볼 때, 이번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법인이 한 것인지, 특정 대주주(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독단적 결정인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상법상 이사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대상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의 41.42%를 가지고 있다. 그외 주요주주로는 국민연금 9.27%, 신동국 9.14%(한양정밀 1.42% 포함)를 보유 중이며, 나머지 41.59%는 기관 및 외인, 일반주주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또한 “공개적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자료에서 당사의 대표이사를 ‘꼭두각시’ 등 입에 담지 못할 표현으로 모욕하는 등 비상식적인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주사의 특정 대주주 경영자가 그룹사의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독재 경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배포된 한미사이언스 공식 보도자료에 담긴 신동국 이사와 박재현 대표이사 간 R&D 비용 관련 대화는 완전히 허구로 각색된 내용이며, ‘난데없이 명령을 수행하듯’ ‘특정 대주주의 하수인’ 등과 같은 매우 주관적이고 모욕적인 표현도 남발돼 있다고 한미약품은 강도높게 지적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을 선언해 지주사에 위임해 왔던 인사 부문을 독립해 인사조직을 별도 신설한 바 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박 대표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 조치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변경선임안이 부결되면서 박재현 대표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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