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배우들의 신선한 앙상블과 디테일한 프로덕션, 진한 여운으로 뜨거운 호평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 ‘화란’에 평단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누아르라는 장르적 외피에 쌓인 의미를 발굴하고 되새기는 것 또한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13일 국내 평론가들의 ‘화란’에 대한 평가를 공개했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데뷔작으로 칸의 초청을 받은 김창훈 감독의 완성도 높은 연출과 홍사빈, 김형서까지 신예 배우들의 눈부신 시너지, 연기 변신을 꾀한 대세 배우 송중기의 가세로 주목받는 영화 ‘화란’을 향한 평단의 호평 세례가 뜨겁다.
최근 들어 매체와 평단에서 이러한 극찬이 쏟아지는 것은 드문 경우로, ‘화란’이 가진 완성도와 영화적 깊이를 가늠케 한다. 영화가 지닌 문제의식부터 장르적 변주를 통한 새로운 전율까지, 관객들을 사로잡은 ‘화란’을 향한 평단의 찬사에 이목이 쏠린다.
먼저,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화란’이 신화적, 사회적 은유를 느와르에 담아냈다. 장면 하나하나를 곱씹을수록 깊은 맛의 여운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며 “흥미로운 건 이 신화적인 뉘앙스를 담은 서사가 또한 현 우리 사회가 가진 시스템의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화란’이라는 느와르가 가진 만만찮은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윤성은 평론가 “‘화란’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폭력의 수위가 아니라 이처럼 번번이 희망의 싹을 짓이겨버리는 비정함 때문일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화란’은 타락한 도시에 깔린 염세주의와 비관주의부터 끊임없이 연규의 뒷모습과 그림자를 쫓는 카메라까지, 정통 누아르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자멸로 끝나야 마땅할 검은 영화(Film Noir)의 결말 부에 감독은 마치 반전처럼 밝은색을 칠해 장르 영화의 물림을 탈피해 보려 한다. 연규에게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말했다.
김효정 영화 평론가는 “극도로 우울한 그러나 매우 잘 만들어진 이 시대의 청년 영화”라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극도로 우울한 것은 이 영화라기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시스템일 것이다. 청년 김창훈 감독은 이 놀라운 데뷔작으로 이 시대가 젊은 세대를 병들게 하는 모든 것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가난이기도 하고, 폭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한국 사회에 팽배한 ‘불능’이다”라고 짚어냈다.
영화평론가 황영미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잘 만들어진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희망 없는 세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아무리 견디기 힘든 고통도 사람 사이의 정과 의리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라고 영화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이동진 평론가 역시 앞서 GV를 통해 “‘화란’은 격렬한 파토스(충동, 격정적 정서)가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로서로 발목을 잡고 자맥질하는 수렁 같고 뻘밭 같은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자와 벗어나기를 포기한 채 그 안에 웅크려 그 자체로 늪의 일부로 가라앉은 자가 끌어당기고 밀쳐내기를 반복하며 시종 강렬하고 음울하게 탄식의 2중주를 펼쳐내는 듯하다”고 평한 바 있다.
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화란’은 희망 없는 세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탄탄한 드라마와 밀도 높은 연출로 그려낸 깊고 강렬한 누아르 드라마로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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