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른바 ‘빅OO’이라는 일진 모임에 가입해 주위 친구들을 괴롭혔다는 의혹이 번진 배우 김히어라 논란은 그의 진솔한 고백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였다. 학우를 괴롭히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낸 것은 맞지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스스로 방관자에 가까웠다고 정의했다.

하지만 “김히어라에게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H가 등장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한 매체가 김히어라 동창이었다고 밝힌 H의 주장을 보도하면서 김히어라의 일진 논란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이 매체는 김히어라와 H 사이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그램엔터테인먼트도 모든 녹취록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약 20년 전 H가 김히어라를 사칭하고 다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뿌린 것이 김히어라에게 포착됐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김히어라가 학창시절 H를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공개 후, H가 언론사에 제보한다는 정황을 확인한 김히어라는 H와 지속적으로 만나려 노력한 것으로 엿보인다. 하지만 H가 김히어라와 만남을 거부했다.

그런 가운데 김히어라를 두둔하는 제보도 이어졌다. 김히어라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H가 실제 더 수많은 학우를 괴롭힌 학폭 가해자였다는 주장이다.

최초 제보자였던 A는 자신의 말을 뒤집고 김히어라를 옹호했다. 그는 또 다른 매체를 통해 “진짜 나쁜 행동을 한 건 H”라며 “내가 김히어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H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건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A에게 폭력을 행사한 건 김히어라가 아닌 H와 또 다른 ‘빅OO’ 멤버라고 전했다. 또 A는 김히어라 ‘일진 논란’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에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A는 “김히어라가 무서운 언니라 느껴진 것은 맞지만, ‘방관’이라 할 정도의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도가 됐다. 잘못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최초 제보자 B 역시 “H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거의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최초 제보자가 된 것도 나를 ‘박쥐’라 했던 H의 거짓말 때문이다. 진짜 학폭 가해자는 H무리”라고 밝혔다.

B는 “연예인이어서 타깃이 된 것 같다. 그 언니가 누구를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A와 B는 김히어라와 1년 후배다.

익명을 내세운 사람들의 여러 제보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주장도 바뀌면서 김히어라 ‘일진 논란’은 혼잡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오히려 김히어라가 과잉 보도로 인해 피해자의 누명을 쓰고 있다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지 않은 채 김히어라에게 흠을 내려는 H와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보도한 언론사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속되는 제보와 보도로 인해 강원도 소재의 한 여학교에서 벌어진 20년도 더 된 ‘다툼’이 너무 크게 번지고 있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격이 완성되지 않았던 치기 어린 시절의 잘못이 마치 사회를 좀먹는 큰 문제인 양 연달아 보도되는 것은 대중의 피로감만 높인다는 의견이다.

“비겁하게 살지 않았다”는 김히어라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을만한 정황과 증거가 없다면, 이쯤 멈추는 게 적절해 보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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