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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아슬아슬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흥미를 끄는 요소로 볼 수도 있다.

한국 스포츠엔 전체적으로 ‘유교 문화’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선후배 사이에는 위계 질서가 존재하고, 감독과 선수는 ‘사제 관계’라는 표현으로 묶인다. 서로 간의 예의가 무엇보다 중요해 잘해도 당당하게 스스로 잘했다고 말하기 어렵고, 미워도 밉다고 말하기 힘든 분위기다.

그런 문화가 최근에는 변화하고 있다. 감독이든 선수든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자유롭게, 혹은 과감하게 얘기하고 서로 반박도 하는 공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각에선 선을 넘는다고 우려할 정도로 거침 없는 발언들이 오가고 있다.

홍명보 울산 감독과 아마노 준의 진실공방이 시작이었다. 홍 감독은 아마노가 자신과의 약속을 등지고 라이벌 전북 현대로 떠난 사실에 분개하며 “최악의 선수”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축구계 대다수 관계자들이 의아하게 느낄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아마노도 지지 않고 개인 통역을 대동해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며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설전은 아니었지만 선수가 감독을 저격한 사례도 있다. 바로 수원FC의 윤빛가람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그는 이적 후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다”,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프로에서 처음 겪는 상황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라는 말로 남기일 감독에 대한 서운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앞서 남 감독이 팀을 떠난 윤빛가람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과정”이라며 일종의 사과를 했음에도 저격성 발언을 한 것이다.

K리그 개막 후 또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이정효 광주FC 감독이다. 이 감독은 5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 패한 후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졌다는 게 분하다”라고 말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대선배인 FC서울의 안익수 감독을 겨냥한 모양새라 논란이 됐다. 서울 구성원을 발끈하게 만드는, 시각에 따라 선을 넘은 발언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선후배 사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내 지도자 정서를 고려하면 이 감독의 말은 분명 파격적이었다.

보수적으로 보면 문제가 될 여지는 충분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K리그의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해외 축구에서는 ‘디스전’이 치열한 경기의 시작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당장 광주와 서울의 다음 맞대결인 5월9일이 기다려진다는 축구계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서울 서포터들이 이 감독의 발언에 맞서 어떤 현수막을 들고나올지, 광주 팬은 어떻게 이 감독을 보호할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울산과 전북, 제주와 수원의 맞대결은 경기 외적인 이야기로 큰 관심을 끌었다.

세상은 변한다. 축구계도 사회의 일부인만큼 변화는 불가피하다. 최근 공기를 보면 확실히 K리그도 달라지고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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