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UFC-UFC280/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UFC 280에서 이슬람 마카체프를 독려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나를 조련시켜 줘.”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3·러시아)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23일 중동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UFC 280이 열렸다. 공석인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이슬람 마카체프(31·러시아)는 11대 챔피언인 찰스 올리베이라(32·브라질)를 맞아 2라운드 3분 16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승리하며 UFC 12대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2라운드에 경기를 끝내며 마카체프는 존재감을 드러냈고 그를 조련한 하빕도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올리베이라는 11연승의 파죽지세를 비롯해 19 피니시와 16 서브미션의 UFC 신기록 등을 보유한 챔피언이었다. 2차 방어전에서 계체 실패로 타이틀을 박탈당했지만, 저스틴 개이치를 1라운드에 TKO시키며 파괴력을 자랑했다.

마카체프 또한 10연승의 기세를 올리며 옥타곤에 올랐지만, 올리베이라의 그것에 비하면 부족했다. 올리베이라가 ‘벨라토르 황제’ 마이클 챈들러를 비롯해 더스틴 포이리에, 토니 퍼거슨, 저스틴 개이치 등 톱 컨텐더들을 모조리 스토피지(KO/TKO)승으로 물리쳤지만 마카체프는 10연승 동안 댄 후커 외에는 정상급의 선수와 주먹을 맞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반전이 펼쳐졌다. 하빕의 제자답게 마카체프는 레슬링을 들고나왔다. 워낙 힘이 강했기 때문에 올리베이라는 계속해서 테이크다운을 허용했다. 주짓수 블랙벨트답게 올리베이라도 그래플링에 일가견이 있었지만,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마카체프의 어깨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2라운드에서 반격을 노리기 위해 올리베이라는 타격전을 벌였지만, 되레 화를 불렀다. 주먹을 크게 휘두르다 마카체프의 카운터에 얼굴을 강타당했다. 이를 놓칠세라 마카체프는 레슬링으로 올리베이라를 그라운드로 끌어내렸고, 이내 암트라이앵글초크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개시 8분 16초 만이었다.

승부가 결정 나자 하빕은 옥타곤에 올라 마카체프를 무동을 태우며 어린이처럼 기뻐했다. 마카체프는 “나를 조련시키고 챔피언으로 만든 사람은 하빕과 그의 아버지다”라며 챔프 벨트를 하빕에게 건네는 훈훈함을 전달했다. 하빕의 아버지인 압둘마납 누르마고메도프는 레슬러 출신으로 하빕과 마카체프를 MMA 파이터로 조련시켰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하빕은 선수 시절부터 마카체프를 조련했다. 그의 실력과 상품성을 알고 최정상급의 선수로 만들어 냈다. 하빕은 2020년 은퇴 후 본격적으로 ‘팀하빕’이라는 격투기 에이전시를 만들고 코치로서 활약하고 있다. 또한 MMA 프로모터로서 이글(Eagle) FC를 설립하기도 했다.

마카체프가 압도적으로 올리베이라에게 승리하자 수많은 선수가 하빕에게 구애하고 있다. 미들급 랭킹6위 파울로 코스타는 ‘하빕과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SNS에 글을 올렸고, 두 차례나 페더급 타이틀전에 나섰지만 모두 쓴잔을 마신 랭킹3위 브라이언 오르테가는 ‘하빕, 제발 나를 지도해줘’라며 노골적인 요구를 하기도 했다.

라이트급 랭킹6위 자마할 힐도 ‘선수와 팀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라며 존경심을 나타냈다. 또한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을 비롯해 전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 컵 스완슨, 알렉산더 라키치, 댄 하디, 제프 몰리나, 라파엘 도스 안요스, 케이시 오닐 등 최정상급의 선수들이 마카체프와 하빕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번 결정전을 위해 하빕은 일찌감치 아부다비 현지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다. 올리베이라가 결정전 5일 전에 아부다비에 나타난 반면, ‘팀하빕’은 3주 전에 이미 캠프를 차리고 훈련을 소화했다. 현지에서 훈련비용으로 쓴 것만 해도 100만 달러(한화 약 14억5000만원)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아시아의 조그만 공화국 다케스탄의 혹독한 환경을 뚫고 우정을 쌓으며 사제의 연을 맺은 하빕과 마카체프. 후배를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의리와 정성이 마카체프를 챔피언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rainbow@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