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은퇴식 앞둔 조성환 '양상문 감독님 감사했습니다'
[스포츠서울] 23일 사직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린다. 은퇴식을 앞둔 롯데 조성환이 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LG 양상문 감독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직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영원한 캡틴 롯데 조성환이 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팬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롯데는 이날 LG전을 조성환의 은퇴 경기로 지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그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경기 전 롯데 김시진 감독은 “조성환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장으로서 선수단의 리더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옛 스승인 LG 양상문 감독은 롯데 더그아웃으로 찾아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LG 선참 이병규(배번9번)도 롯데 더그아웃을 방문해 진한 포옹을 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날 롯데 프런트 직원들과 취재진과 방송 스태프, 해설위원들은 조성환의 은퇴식 기념 셔츠를 입고 그의 마지막 발걸음에 동참했다. 조성환은 경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함께 인내해주고 선수로서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은사들과 동료,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성환의 일문일답.

-은퇴식을 앞두고 있다. 현재 기분은?
어젯밤에 한숨도 못잤다. 이런 기분을 평생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표현하기 힘들다.

-선수생활을 마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선수 개인으로서 느끼는 아쉬움은 없다.

-그동안 전력분석원으로 활동했다. 어떤 점을 느꼈는가?
선수 때는 세밀한 플레이에 신경을 썼는데 뒤에서 보니 경기의 큰 흐름이 보이더라. 그런 공부가 앞으로 내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전력분석원으로의 활동을 잘 한 것 같다. 하지만 모름지기 선수는 유니폼을 입고 있을 대가 가장 행복하다. 그 점을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선수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3가지 꼽아준다면?
1999년 처음으로 1군으로 올라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첫 포스트시즌에 참가한 2008년 때가 떠오른다. 그 땐 팬들과 선수단이 일심동체해 가을 잔치를 순수하게 즐긴 것 같다. 그리고 지난 2009년 투구에 얼굴을 맞아 부상을 입었을 때가 기억에 난다. 당시 다른팀 팬들도 많은 걱정을 해주셨다.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계기였다.

-구단에서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은퇴식을 준비했다. 기분이 어떤가? 영구결번에 대한 생각은?
조금은 부끄럽다. 영구결번은 나보다 장성호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어느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든 장성호는 영구결번을 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야구사에 큰 종적을 남긴 선수가 영구결번의 영광을 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 롤모델로 삼은 데릭지터(뉴욕양키스)와 같은 해에 은퇴를 하게 됐는데?
선수 때 데릭 지터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다. 팬 입장에서 그의 은퇴식 경기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등번호 2번의 의미가 각별할 것 같은데?
큰 의미가 있나 모르겠다.(웃음) 2번 보다는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2번은 롯데 선수라면 누구나 달 자격이 있는 것 같다.

-현재 2루수는 정훈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데?
사실 한편에서는 정훈에게 밀려나서 은퇴를 했다는 말들이 있다. 사실이지만(웃음) 정훈 덕분에 짐을 내려놓고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는 것 같다. 주장 역할도 박준서가 잘 해주고 있다. 두 후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오늘 은퇴식에 가족들을 불렀나?
서울에 계신 부모님이 내려오셨다. 사실 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그동안 사직구장에서 뛰는 내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하셨다. 잠실구장에서만 많이 보셨다. 오늘 경기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사직구장에 서 있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의미 있는 것 같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은퇴식은 경기 후에 열린다. 경기는 어디서 볼 것인가?
고민 중이다. 보미님과 함께 보려면 관중석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럼 부모님이 힘들어지실 것 같다. 현재 내 역할이 전력분석원이기 때문에 전력분석원 자리에서 볼까 고민 중이다.

-야구사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팬들이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볼 때, 이런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 ‘저 자리(2루수)에 누가 있었는데….’ ‘듬직한 선수가 있었는데….’ 이런 대화 말이다. 어렴풋이 팬들의 머릿 속에 회상 될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

-그동안 주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을 것 같다?
그동안 롯데엔 나보다 더 큰 선수(스타)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주더라. 그래서 내가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런 선수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선수들을 믿고 주장으로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주장으로서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선수들의 마음과 행동, 배려 때문에 잘 마칠 수 있었다. 감사하다.

-프로 무대 첫 타석을 기억하는가?
당연히 기억한다. (1999년)2군에서 올라와 타석에 섰다. 정신이 없었는데 고교 이후 야간경기가 처음이라 그런지,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지 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당시 얼떨결에 볼넷을 기록했다. 다음날 아침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췄다. 그 다음 경기에서 생애 두 번째 타석에 나왔는데 안경을 끼고 최영필(현 KIA)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 생생히 기억난다. 세월이 참 빨리 지나간다.
사직 |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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