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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KBO리그를 두드린 ‘수비형 외인’이 정규시즌 연착륙할 수 있을까.
2020시즌 총 16명의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 입성했다. 이중 타일러 살라디노(삼성), 딕슨 마차도(롯데), 테일러 모터(키움)은 ‘수비형’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클린업으로서 장타를 많이 터뜨려줄 수 있는 능력이 외인 타자의 전통적인 덕목이었다면, 이들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 큰 강점을 갖고 팀 사정에 따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줄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라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타고투저의 KBO리그에서 이런 유형의 외인 타자들의 성공 사례는 많지 않았다. 이들의 향후 활약 여부가 외인 영입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팀 간 평가전 성적표를 통해 가장 두각을 드러낸 건 살라디노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 이학주가 이탈한 자리에서 계속 기회를 받으면서도 완벽히 공백을 메워 자신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증명했다. 연습경기 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20타수 3안타) 1득점으로 셋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을 써냈다. 특히 볼넷을 4개나 골라내며 한국 투수들과의 수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도루도 1개를 기록하며 신임 사령탑 허삼영 감독이 주창하는 ‘뛰는 야구’에 부합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지난 21일 KIA와의 첫 경기에서 기록한 3루타도 최선을 다한 주루플레이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롯데는 마차도 영입으로 수비에서만큼은 기대했던 효과를 확인했다. 실책을 하나 기록하긴 했지만, 특유의 물 흐르는듯한 수비로 더러 발생하는 변칙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기본적인 송구 동작이 좋고 어깨가 워낙 강해 센터라인의 안정감이 한결 올라섰다. 다만 교류전에서는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청백전에서는 이따금 뜬금포를 터뜨리며 타격 기대감을 키웠지만, 팀 간 평가전에서는 7경기에서 18타석에 들어서 단타 2개와 볼넷 2개를 골라내는 데 그쳤다. 비시즌 한 번도 KBO리그 타 팀과의 실전을 치러본 적이 없다는 걸 감안하면 모의고사는 무난하게 치른 셈이다.
모터는 이번 교류전에서 유일하게 멀티포지션 능력을 뽐낸 외인이었다. 캠프에서부터 내내 핫코너 자리를 두고 주전 경쟁을 해왔지만, 최근 치른 실전에서는 3루수는 물론 좌익수, 유격수로도 나섰다. 좌완 선발에 대비한 타선으로 좌익수 수비를 하면서는 슬라이딩 캐치로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 더그아웃의 박수를 받았고, 예상치 못한 유격수 자리도 유려하게 지키며 뜻밖의 통증이 찾아온 주전 김하성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 타율은 0.142(14타수 2안타)로 제일 낮지만 최근 2경기에서 2루타를 몰아치며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터는 “어깨에 짊어졌던 짐을 덜어낸 기분이다.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다”며 개막을 정조준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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