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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KBO리그에 ‘장발 클로저’가 뜬다. 주인공은 이대은(KT)과 김원중(롯데)이다.
이대은과 김원중의 공통점은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2019시즌부터 KT에서 뛴 이대은은 선발 투수로 출발했지만 부진을 겪으면서 코칭스태프를 고민에 빠뜨렸다. 결국 이 감독은 빠르게 이대은에게 불펜 전향을 권유했고, 6월부터 마무리로 전향한 이대은은 17세이브를 수확하며 KT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거듭났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선발로만 뛰었던 김원중은 올시즌 마무리 변신을 시도했다. 완급 조절이 필요한 선발과 달리 1이닝을 강력한 구위로 잠재워야하는 마무리 투수의 특성이 공격적인 피칭을 즐겨하는 김원중에게 더 잘 맞는 옷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김원중은 자체 청백전에서도 나쁘지 않은 내용을 보이며 기대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최근엔 이틀 연속 등판해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연투도 문제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대은은 첫 풀타임 마무리를 맡는다. 자신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개막부터 마무리 투수로 나서다보니 “직접 몸으로 부딪혀봐야 알 것 같다”면서 어색해했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이대은을 ‘KT 부동의 마무리’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에 뒷문을 걸어잠궈야 하는 막중한 책임까지 더해져 부담이 있었다면 올해는 KT의 허리가 몰라보게 튼튼해지면서 이대은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다.
손승락의 은퇴 이후 거인 군단의 마무리를 맡게 된 김원중의 책임감은 이대은보다 더 무겁다. 지난해 롯데가 최하위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무조건 더 나은 성적을 보여야만 한다. 마무리로 첫 발을 내딛는 김원중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김원중이 마무리로 안착하지 못하면 롯데는 시즌 내내 뒷문 고민을 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원중이 지난해 이대은이 걸었던 길을 따라걷는다면 롯데로선 더 바랄 게 없다. 지난해 팀세이브 최하위(16개)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긴 롯데의 새로운 수호신이 돼야하는 김원중이다.
두 선수는 걸어온 길 뿐만 아니라 외모에서도 ‘장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 타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줘야하는 마무리 투수로서 장발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삼손’이란 별칭을 얻은 이상훈도 과거 장발을 휘날리며 마운드에서 강렬한 위용을 뽐냈다. 이대은과 김원중이 클로저로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장발이 주는 외적 효과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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