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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시범경기 대안으로 떠올랐던 ‘수도권 당일치기 평가전’은 왜 무산됐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가 전면 취소되는 유례없는 결정이 나왔다. 정규리그 개막 전 실전 소화가 절실했던 구단들은 발표 직후 발 빠르게 대응책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중 수도권을 연고로 하는 팀들 간 숙박 없이 평가전을 치르는 방안은 꽤 구체화됐다. 서울을 기반으로 한 두산, LG, 키움을 중심으로 캠프 귀국 후 경기 일정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대한 얼개도 잡은 상태였다. 인천의 SK, 수원의 KT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 평가전 확대를 논의할 계획으로 의견을 교환해왔다.
그러나 거의 성사되는 듯했던 이 구상은 현재 백지화됐다. 우선 물리적으로 경기장을 쓰기가 여의치 않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문화·체육·관광시설 대응 지침을 통해 다중 시설 이용제한 및 자제를 권고한 상황이다. 현재 두산과 LG가 홈으로 쓰고 있는 잠실구장은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키움의 홈 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은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고 있다. 산하 다른 시설들이 휴관에 들어간 것과는 달리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굳이 무리하게 추진해 정부 지침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도 난색을 표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승적 차원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는데, 구단들 사이에서 자체 평가전을 추진한다면 이렇게까지 감행한 취지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최대한 실전을 추진하려던 구단들도 쉽사리 잡히지 않는 확산세에 선수단이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3일 야구회관에서 열린 실행위원회를 통해 만난 단장들은 최종적으로 무산을 합의했다.
프로야구가 전염병 확산에 매개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경각심도 주효했다. 무관중으로 당일치기 평가전을 한다고 해도 단체 운동의 특성상 선수단의 숫자 자체가 많은 데다가, 이들을 보조하는 인원까지 합치면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들을 모두 스크리닝 할 수 없는 여건에서 만약 구상을 강행했다가 잠복 환자가 하나라도 발생한다면, 최악의 경우 야구가 지역사회 감염을 유발하는 ‘슈퍼확진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 구단은 각 언론사에 ‘캠프에서 귀국하는 선수단 취재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에 공식 권고를 보내는 등 전염병 사전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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