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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맞대결. 마운드에는 단기전 경험이 사실상 없는 영건이 올라왔다. 공공연하게 ‘오프너’라고 부를만 한 상황. 초반부터 불펜 가동이 불보듯 뻔했다. LG 임찬규와 키움 최원태가 오프너로 참전한 10일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 풍경이다.
불펜 물량 공세를 준비했다면 답은 나와있다. 한국야구가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던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떠올리면 간단하다. WBC는 투구 수 제한과 휴식일 보장 규정이 있어 투수들을 잘게 나눠 쓸 수밖에 없다. 한국은 타자의 시선과 타이밍을 동시에 흐트러뜨리는 물량 공세로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국가들을 차례로 격파했다. 이날 잠실구장은 WBC를 보는 듯 한 현란한 투수교체로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변화구 중심의 기교파 투수 뒤에는 가급적 빠른 공을 던지거나, 정반대 궤적을 가진 투수가 등판하는 게 유리하다. 타자 눈에 익숙한 궤적을 역이용해야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우완 기교파 서재응(현 KIA 투수코치)이 선발로 나왔다면, 왼손 봉중근 우완 강속구 배영수, 잠수함 김병현식으로 투수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구속과 투구 유형에 따라 타자 입장에서는 매 타석 처음보는 투수를 상대하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이 2006, 2009 WBC에서 4강과 준우승 업적을 이룬 배경이다.
LG과 키움의 준PO 4차전도 그랬다. LG 선발 투수 임찬규가 1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데 이어 키움 선발 투수 최원태도 1이닝 4실점으로 난조를 보여 조기 교체됐다. 양팀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왼손 투수를 두 번째 투수로 투입했다. 오른손 정통파 투수가 던지는 투심과 커브는 왼손 투수가 던지는 같은 구종과 정반대 궤도를 갖고 있다. 타자들의 눈이 투구 궤적을 따라가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LG 진해수는 2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고 1실점했지만, 경기 초반 타오르던 키움 타선을 소강상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나마 145㎞ 가량 측정되는 빠른 공이 효과를 봤다. 키움 김성민은 좌타자인 이천웅과 오지환에게 적시타와 희생플라이를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LG 타선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듯 상승하던 때라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왼손투수 뒤에는 강속구 투수를 붙여 또 한 번 타선을 흔들었다. 키움은 안우진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고, LG는 김대현 카드로 흐름 잠그기에 돌입했다. 키움은 안우진에 이어 잠수한 투수 양현을 투입해 LG 타선이 더이상 타오르지 않도록 봉쇄했다. LG도 정우영과 송은범 등의 투입시점을 면밀히 파악하며 벌떼야구 맞불작전 대비태세를 이어갔다.
이런 키움과 LG의 준PO에서 두드러진 양 팀의 투수 운용은 포스트시즌을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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