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 필승코리아펀드 가입 행사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지난달 22일 여의도 NH투자증권 영업부금융센터에서 ‘NH-Amundi 필승코리아 펀드’ 가입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제공 | NH투자증권

[스포츠서울 채명석 기자] ‘100% 국내자본’을 앞세운 NH농협금융그룹이 ‘애국펀드’를 내세우며 금융투자 시장의 극일(克日)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 NH농협그룹은 애국펀드를 통해 자사가 100%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민족금융기업으로 한국경제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품·소재 살리자”…국민 참여 증가

지난달 14일 NH-아문디 자산운용이 출시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주식형 펀드’가 주인공이다. 개발은 NH-아문디가 주도했지만, 개념 설정부터 출시·운용 방안 등의 전 과정은 NH금융그룹 차원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NH-아문디는 회사 홈페이지에 필승코리아펀드의 목적을 ‘산업구조개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혁신성과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가진 부품, 소재, 장비업체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여 수익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표면적 이유는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를 위한 투자지만, 필승코리아가 정한 목표는 일본의 수출 규제 극복이다. 회사측이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배포한 자료에도 출시배경에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국내외 첨단 산업부문의 산업 지형 변화 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제한 배영훈 NH-아문디 대표이사도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무역보복이 혼재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로 부품·소재·장비 등 첨단 산업 지형이 변하고 있어 민간 차원에서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출시 날짜도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로 정했고,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상품 소개 배너창은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이미지로 실어 ‘극일펀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증시 역사속 ‘반일 감성’ 승계

필승코리아펀드는 개별 기업 수준을 넘어 정부가 정책을 주도하고, 주요 산업계의 참여 등 범 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본 기술종속 탈피 운동에 대한 금융투자업계가 내놓은 지원안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이 기술개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정부 또는 관련기관 예산, 대기업과의 협력, 금융권 차입 등이 있는데, 필승코리아펀드는 주식시장에서의 투자를 통한 자금 지원이라는 또 다른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시장에서 국적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일본과의 악연에서 시작됐고, 이후 국가경제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의 극복 방안으로 극일을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일제 강점인 1932년 이 땅에 처음 생긴 증권거래소, 즉 조선취인소는 일본의 주도로 설립됐다. 증권 발행과 유통도 일본 경제권에 편입됐고, 주로 거래된 주식 종목 또한 일본 주식이었다. 정보력이나 자금력이 월등한 일본 거래상에게 휘둘려 망하는 조선인이 부지기수였지만, 조선취인소에서 가장 큰 부를 쌓은 이는 조선인 조준호였다. 온갖 역경 속에서 주식왕에 오른 그는 조선 주식시장의 자존심을 지킨 진정한 ‘주식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1999년 현대증권(KB증권)이 출시한 ‘바이 코리아(BUY KOREA)’ 펀드에서도 반일 국민감정을 마케팅에 활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다. 전년도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발하자 일본은 곧바로 한국에서 자금을 회수해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때였다. 이 때 현대증권은 TV CF에서 한국 증시 종목 전체 시가총액이 일본의 통신기업 1개사의 그것보다도 적다며, 저평가된 국내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메시지를 전해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즉, 필승코리아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역사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같은 감성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승코리아펀드의 성공 여부가 ‘애국펀드’의 지속을 결정지을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산화·수익 두 마리 잡는다

필승코리아펀드는 출시 보름여 만인 지난달 29일 기준 가입액 400억원을 넘어섰다. NH농협 계열사들이 기초 투자금으로 낸 300억원을 제외하면 일반 투자자들이 100억원 참여했다. 올해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산으로 국내외 주식시장이 약세를 거듭하고, 거래액도 줄어들면서 펀드 청약률도 크게 떨어지는 등 악재 속에서 거두고 있는 의미있는 성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정·관계 인사들이 연이어 참여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도 늘어났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자금 유입이 늘어나자 판매사도 NH농협은행·NH투자증권·KB증권·BNK부산은행 등 4개사에서 현재 은행 6개·증권사 10개 등 16개사로 늘어났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복수의 연기금이 필승코리아 펀드에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승코리아펀드의 위험등급은 2등급이다. 2등급 펀드의 수익률 변동성은 25% 이하로, 투자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다. 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다. 펀드의 리스크 요인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안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일단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업종별 영향력을 분석해 국산화 관련 기업을 내부 프로세스로 선정해 투자한다. 일단 제시한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28개 업종에 이르며,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수 있는 기업, 글로벌 점유율이나 특허기술을 갖고 있는 상장사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6대 분야 100대 핵심 부품 관련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 중이다.

물론, 펀드의 본래 목적이 수익 실현인 만큼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이에 NH-아문디측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펀드에 담아 만일에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펀드의 기대감이 큰 만큼 NH-아문디도 펀드 운용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종목 선정을 위해 자체 리서치 연구원 8명과, 이를 바탕으로 주식을 운용할 매니저도 8명이 참여한다. 전체 운용 총괄은 회사 대표 매니저 정희석 주식운용2본부장이 담당하고 있다. 출시 초기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만 이달 1일 기준이 펀드의 수익률은 0.44%다.

◇운용보수 절반 기부

필승코리아 펀드의 취지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범 NH농협그룹 차원의 지원도 추진한다. NH-아문디는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운용보수를 공모 주식형 펀드의 일반적인 수준인 0.7∼0.8%보다 낮은 0.5%로 책정했다. 또한 운용보수의 50%는 공익기금으로 적립해 대학과 연구소 등에 기부하거나 사회공헌활동에 활용할 계획이다. 기부액은 향후 가입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현 가입액 400억원 기준에서는 연간 1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범 NH농협그룹은 300억원의 초기 투자금액을 제공한 데 이어,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의 참여를 비롯해 펀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oricms@sportsseoul.com

기사추천